'3관왕' 윤석민, 어떻게 전반기 평정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22 07: 02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 투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반기 마지막 날 투수 3관왕에 등극한 KIA 윤석민(25)이 2011년 전반기를 평정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선발승을 따냈다. 전반기 18경기 12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53 탈삼진 114개로 주요 개인 타이틀 3개를 휩쓸었다. 이외에도 이닝당 출루허용률(1.00), 피안타율(0.205), 퀄리티 스타트(12회)까지 웬만한 기록에서 전부 전체 1위를 독차지했다. '윤석민의, 윤석민에 의한, 윤석민을 위한' 전반기였다.
▲ 독기를 만든 시련

전반기를 마감한 윤석민은 가장 먼저 지난해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해 부상도 있었고, 등판 로테이션도 지키지 못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렇게 고생한 덕분인지 올해는 운이 많이 따라주는 듯하다"고 밝게 웃었다. 지난해 윤석민은 예기치 못한 부상과 사구 소동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7년 최다패(18패)를 했을 때보다 더한 시련의 나날. 하지만 시련을 겪은 사나이에게 남은 건 독기뿐이었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올해는 류현진과 김광현을 넘겠다"고 선언했다. 명성에 비해 개인 타이틀이라고는 2008년 평균자책점밖에 없었다. 한 번도 최고가 된 적이 없었지만 드디어 올해 최고 시즌을 만들고 있다.
▲ 모든 공을 던진다
기술적으로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150km 안팎의 강속구와 어떤 공이든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다양함 그리고 원하는 코스로 공을 넣을 줄 아는 컨트롤은 윤석민을 최고로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류현진은 "석민이형은 다 잘 던진다. 슬라이더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에는 체인지업도 좋더라"고 평가했다. 윤석민은 "체인지업도 원래부터 던졌다. 직구·투심·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거의 모든 구종을 구사할 줄 아는 것이다. 한화전에서 잡은 탈삼진 5개도 결정구로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직구로 다양하게 구사한 것이 효과적으로 먹혔다.
 
▲ 업그레이된 제구력
윤석민은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부분으로 제구력을 꼽았다. 원래 윤석민은 정상급 제구력을 자랑한 투수였다. 하지만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고 이를 향상시키는데 힘을 쏟았다. 윤석민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컨트롤이 많이 좋아졌다. 원하는 곳으로 구석구석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윤석민은 113⅔이닝 동안 볼넷을 33개만 내줬는데 9이닝으로 환산할 경우 2.61개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6시즌 통산 9이닝당 볼넷은 3.02개였다. 그는 "여러 구종이 마음먹은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지난해에는 사구 때문에 몸쪽 승부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몸쪽으로 과감하게 꽂아넣고 있다"며 과감한 몸쪽 승부를 윤석민이 승승장구하는 비결로 꼽았다.
▲ 타자들의 화끈한 지원
윤석민은 "타자들에게 정말 고맙다.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다"고 공을 돌렸다. 과거 윤석민은 박복의 아이콘이었다. 그가 나오는 날마다 타선이 터지지 않고, 수비에서도 어이없는 실책을 연발했다. 2007년 최다패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전반기 팀 타율 1위(0.280)를 차지한 KIA 타선은 윤석민이 마운드에 있을 때 더 힘을 냈다. 올해 KIA 타선은 윤석민이 선발로 마운드를 지킨 111⅔이닝 동안 82득점을 지원했다. 9이닝으로 환산할 경우 6.6점에 해당하는 고득점이다. 5득점 이상 지원이 무려 7차례였다. KIA는 윤석민이 선발등판한 17경기에서 13승4패를 거뒀다. 승률이 7할6푼3리에 달한다.
 
▲ 20승·3관왕 도전
전반기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한 윤석민이다. 자연스럽게 최종 트리플 크라운 달성과 20승 달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2006년 류현진 이후 5년만의 트리플 크라운과 함께 지난 1999년 현대 정민태 이후 12년 만에 토종 20승에 도전한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윤석민의 페이스가 좋다는 건 고무적이다. 특히 7월 4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0.96으로 최고조에 있다. 윤석민은 "후반기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싶다. 나갈 수 있는 경기는 모두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전반기 가장 많은 87경기를 소화한 KIA는 후반기에 46경기가 남아있는다. 시즌 막판 일정이 띄엄띄엄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윤석민은 최소 10차례 선발등판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20승이나 3관왕 모두 가능성있다.
▲ 진짜 자신감을 얻다
그러나 지난해 류현진도 전반기를 마쳤을 때 19경기에서 13승4패 평균자책점 1.57 탈삼진 147개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 막판 팔꿈치 피로 누적으로 남은 등판을 포기하며 다승에서 SK 김광현(17승)에 1승차로 밀린 2위에 그쳤다. 윤석민도 "지금은 MVP·3관왕·20승 모두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전반기를 마쳤을 뿐이고 욕심을 부려서 좋을게 없다"며 "후반기에도 아프지 않고 내 공만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이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미 톱클래스 투수였던 그였지만 뭔가 모를 아쉬움이 있었다. 모 야구인은 시즌 초 윤석민에 대해 "류현진급은 아니다. 잘 던지는 듯해도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안정감이 없다"고 지적했지만 지금은 "최고로 무서운 투수"라고 평가를 바꿨다. 윤석민은 진짜 최고의 자신감을 얻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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