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조선왕조 세울 기세'.
롯데의 '빅보이' 이대호의 활약으로 몇 년 전부터 타자 부문 순위를 '이(李)씨 성'이 장악하자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재치있는 댓글이다. 지난 21일 4경기를 마지막으로 마감한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타자 부문 상반기 순위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씨'가 휩쓸고 있다.
다만 다른 부분이 있다면 올 시즌은 '이씨'가 아니라 '이씨들'이라는 것. '명불허전' 이대호(롯데), '커트의 달인' 이용규(KIA), '꽃보다 안타' 이범호(KIA). 이 세 명의 타자들이 올 상반기 프로야구 타자 부문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 "잠시 주춤해도 '한 방'은 내것"… 홈런 1위 이대호
지난해 이대호는 시즌 타점·타율·득점·안타·장타율·홈런·출루율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 맹렬한 기세는 올해 잠시 주춤하지만 이대호는 여전히 홈런(20개)과 장타율(.588), 안타(107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홈런 부문은 최형우(삼성, 19개)와 1개 차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장타율에서도 2위 최형우가 5할7푼3리로 쫓고 있어 올 시즌 거포 대결은 이 두 타자의 경쟁으로 압축된다. 한편 이대호는 지난 10일 통산 10번째 8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타점 부문에서도 70개로 2위를 기록하며 식지 않은 4번 타자의 힘을 보이고 있다.
▲ "날 아웃시킬테면 아웃시켜봐"… 출루율 1위 이용규
이용규는 올 시즌 타격면에서 가장 골고루 활동하며 투수들을 괴롭혔다. 풀카운트가 되면 어김없이 공을 커트해내 투수들의 투구수를 늘리고, 볼넷이든 안타든 일단 출루하고 나면 그라운드 위를 종횡무진 누빈다. 이용규는 3할7푼3리의 타율과 4할5푼8리의 출루율에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용규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21일 3안타를 추가하며 이대호와 이병규에 이어 시즌 3번째 100안타 달성 타자가 됐다. 그러나 이용규는 안타만 잘치는 것이 아니라 37개의 사사구를 얻는 동안 삼진은 21개만을 당하는 선구안에 도루 부문 4위(20개)에 오르는 빠른 발도 가지고 있어 투수에게 가장 두려운 타자다.
▲ "주자는 내가 불러들인다"…타점 1위 이범호
"요즘 이범호 치는 것 좀 봐". 한대화 한화 감독이 그를 놓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할 만큼 이범호는 올 시즌 타격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범호는73타점으로 70타점을 올린 이대호에 앞서 1위를 달리고 있고 득점도 60점으로 롯데 전준우와 함께 공동 선두다.
이범호는 타점 선두를 달리면서도 단지 타자를 불러들이는 맞춤형 타격이 아닌 화끈한 거포 본능을 뽐내며 장타율 부문에서 이대호와 최형우를 이어 3위(.557)에 올라 있다. 출루율에서도 4할4푼2리로 2위를 차지하며 선두 이용규(.458)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씨 가문의 마지막 다크호스는 '수퍼소닉' 이대형(LG)이다. 지난 6월 7일 오른 복사뼈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던 이대형은 지난 16일 39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한 달 넘은 공백에도 불구하고 이대형은 그동안 쌓아놓은 23개의 도루로 부문 3위를 지키고 있었다. 더욱이 이대형은 복귀하자마자 2경기 연속 도루를 성공시키며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인식시켰다. 현재 도루 1위는 30개를 기록한 오재원(두산), 2위는 오재원을 1개 차로 뒤쫓고 있는 '신인왕 후보' 배영섭(삼성)이다.
전반기 타격부문 판도는 이대호의 독점이 물러가고 찾아온 춘추전국시대였다. 위의 선수들 외에도 SK의 4번 타자 최정이 출루율 3위(.433), 장타율 4위(.547)로 맹타를 휘둘렀다. 또한 전 부문 모두 1위와 2, 3위가 한두 개나 몇 푼에 불과한 차이로 경쟁하고 있어 순위가 언제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 후반기 프로야구가 치열하고 재밌을 것이라 더 기대되는 이유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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