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드라마' 전반기 한화의 터닝포인트 5가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22 13: 50

한편의 드라마 같은 전반기였다.
한화가 전반기를 7위로 마쳤다. 시즌 전 넥센과 함께 유력한 2약 후보로 지목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적. 하지만 누구도 한화의 성적에 대해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순위표 성적은 7위이지만 한화는 어느 때보다 그리고 어느 팀보다 재미있게 야구했다. 성적이 최고 가치를 지니는 프로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7위라는 성적으로도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한화가 증명했다. 여기에는 다섯 가지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 코칭스태프·수뇌부 교체

한화는 4월에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6승16패1무. 투타에서 총체적 난국을 보이며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대화 감독은 "팀이 예상보다 너무 무기력했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아예 잃었었다"고 떠올렸다. 뭔가 결단이 필요한 시점. 5월6일 한대화 감독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1·2군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 투수진 전권을 잡은 정민철 투수코치는 가능성있는 선수들에게 "한화에는 류현진밖에 투수가 없느냐"고 호통치며 잠재력을 일깨웠고, 강석천 타격코치는 "팀이 이겨야 모두가 스타가 된다"며 상황에 맞는 짧은 스윙을 주문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 구단 사상 첫 사장·단장 전원교체가 단행됐고, 한 달 뒤에는 외국인선수 2명이 모두 바뀌었다. 구단은 현장의 요구에 발빠르게 움직이며 후방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허슬 플레이어상까지 따로 신설하며 선수들의 투지도 자극했다.
▲ 전현태의 피, 야왕의 분노
지난 5월12일 잠실 LG전. 0-1로 끌려다니던 한화는 9회 2사 1·2루에서 이양기가 LG 마무리 김광수로부터 좌전 안타를 쳤다. 2루 주자 전현태가 홈으로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홈 쇄도 과정에서 LG 포수 조인성과 충돌한 전현태의 왼쪽 눈두덩이 찢어졌다. 심판은 태그아웃을 판정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구심을 찾은 한대화 감독은 짧고 굵게 몇 마디하고 돌아서 퇴장했다. 이른바 '예끼' 사건이다. 한 감독은 "나한테 한 것"이라며 진화했지만 그냥 한 말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에서 몇 차례 판정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했고 참다 못해 분노를 나타냈다. 한 감독은 "팀이 약하면 상대팀은 물론 심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를 이겨내려면 팀이 강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현태의 피를 보고 선수단도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 코칭스태프에서는 홈접전시 과감하게 바디체킹을 하도록 주문했고 선수들도 몸소 실천하며 더욱 터프해졌다. 몸도 정신도 훨씬 강해졌다.
 
 
▲ 김혁민의 슈퍼세이브
지난 5월27일 잠실 두산전은 올해 유일하게 양 팀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주고 받은 대혈전이었다. 두산과 3차례나 역전을 주고받는 난타전. 한화가 7명, 두산이 6명의 투수를 총동원하며 경기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화는 1점차로 뒤진 채 맞이한 9회 마지막 공격에서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다시 역전 주자까지 루상에 나갔다. 1사 2·3루. 안타 하나면 승부가 뒤집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한대화 감독의 선택은 이틀 전 선발투수 김혁민. 5월에 가장 좋은 구위를 과시한 김혁민은 최고 148km 빠른 직구를 앞세워 실점없이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팀의 승리를 지켰다. 데뷔 첫 세이브가 아주 결정적인 순간 나왔고, 나머지 팀 내 젊은 투수들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노재덕 단장이 꼽은 베스트 경기. 이튿날 양훈은 데뷔 첫 9이닝 완봉승을 해냈다.
▲ 보크 오심 사건
희대의 오심 사건이 하나 터졌다. 지난 6월9일 잠실 LG전에서 한화가 오심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5-6으로 뒤진 9회 2사 3루 찬스. 3루 주자 정원석은 LG 마무리 임찬규가 와인드업 자세에서 손을 모으고 머뭇거리는 사이 홈으로 쇄도했다. 당황한 임찬규는 중심발을 뒤로 뺀 채 투구가 아닌 송구를 했다. 명백한 보크. 그러나 4심 모두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경기는 정원석의 홈스틸 실패로 끝났다. 한대화 감독이하 코칭스태프가 거세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번 내린 판정은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 심판진의 입장. 한대화 감독은 "이번에는 그냥 못 넘어간다"며 대노했다. 하지만 이튿날 한 감독은 심판진의 사과를 웃으며 받아들였다. 구단은 내부적으로 패배가 아닌 승리로 간주했고, 선수들도 억울한 패배를 통해 오히려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았다.
▲ 가르시아 효과
6월10일 드디어 카림 가르시아가 복귀전을 가졌다. 15~16일 대전 KIA전에서 2경기 연속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한밭벌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리고 6월17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끝내기 스리런 아치를 쏘아올리며 3경기 연속 홈런을 폭발시켰다. 놀라운 클러치 능력으로 한화 타선의 파괴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가공할만한 '가르시아 효과'. 두산전 가르시아의 끝내기 스리런은 올해 한화 경기를 집약시킨 한 방이었다. 한화는 올해 끝내기 승리가 7차례로 가장 많다. 가르시아 합류 후에만 4차례. 가르시아를 포함해 이대수 전현태 강동우 이희근 최진행 등이 차례로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한화는 전반기 35승 중 19승이 역전승이었다. 역전승은 삼성(26승) 다음이다. 특히 6회 이후 뒤집은 경기가 12차례나 된다. 9회 이후는 역전은 5차례로 리그 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로 야구의 묘미를 선사했다. 완벽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시리즈 같은 명승부를 펼쳐보이며 지켜보는 재미를 더했다. 전반기 한화가 연출한 반전드라마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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