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전반기 마무리다. 오히려 나흘의 휴식이 불만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 결국 베테랑의 솔선수범을 통해 조금씩 상승 곡선을 다시 그리고 있다.
SK 와이번스가 3연패 후 연승을 달렸다. SK는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회 이호준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SK는 8회 동점을 내줘 추격을 허용했다. 흐름상 삼성이 좀더 유리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1-1로 맞선 9회 1사에서 나선 박진만이 뜻밖의 홈런포를 날렸다. 상대 투수가 8개 구단 최고를 자랑하는 '삼성 불펜의 중심' 안지만이었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승포였다. 특히 박진만은 데뷔 첫 1루수로 선발 출장, 친정팀에게 비수를 꽂았다. 1회 희생번트 실패를 깨끗하게 만회한 셈이었다.

이로써 3위 SK는 2위 삼성과의 경기를 위닝시리즈로 이끌며 2.5경기차로 줄인 상태에서 전반기를 마감할 수 있었다.
문제점으로 여겨졌던 타선의 집중력이 완전히 살아난 느낌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베테랑 타자 이호준(35)과 박진만(35)이 있었다.
삼성과의 3연전 첫날이던 19일 2-3으로 역전패한 SK였다. 11안타를 몰아치고도 2득점에 그쳤다. 3연패. 좀처럼 추진력을 얻지 못하며 선두권 경쟁에서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이호준은 멀티히트를 쳤지만 앞선 찬스에서 번번이 범타로 물러났다. 박진만 역시 볼넷만 하나 얻어냈을 뿐이었다.
특히 '김광현의 뇌경색 병명공개'에 따른 파장까지 겹쳐 이날 패배는 선수단에게 상당한 충격파로 여겨졌다. 따라서 남은 20일과 21일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SK는 20일 무려 14안타를 집중시키면서 10-4로 완승을 거뒀다. 특히 20일만에 4번타자로 자리한 이호준이 2-3으로 뒤진 3회 역전결승타를 날렸다. 정근우와 함께 테이블 세터로 나선 박진만은 3안타에 3타점을 신고했다.
지난 5월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날리기도 했던 박진만은 "대구구장에 오면 6년을 뛰었던 곳이라 편안하다"면서 "그 때문인지 시즌 첫 홈런도 여기서 나왔다"고 웃었다.
주장 이호준 역시 "그동안 못했으니 잘할 때도 됐다"며 농담을 던졌지만 "솔선수범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다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는 매년 위험할 때마다 베테랑들이 진가를 발휘했다. 작년까지는 김재현, 박경완, 박재홍, 김원형 등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김재현이 은퇴하고 박경완이 수술 후유증으로 복귀하지 못하면서 구심점이 없어졌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손가락 골절에도 방망이를 놓지 않은 이호준과 포지션에 상관없이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진만이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SK는 후반기 도약 준비를 이들을 통해 시작할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사진>이호준-박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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