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인턴기자] 2004년까지 삼성팬들에게 현대 유격수 박진만(35)는 '악마' 그 자체였다. 폭우 속의 9차전 명승부로 기억되는 현대와 삼성의 2004년 한국시리즈. MVP는 '조라이더' 조용준이었지만 삼성 입장에서 최고의 악마는 공이 가는 곳마다 길목을 지키던 박진만이었다. 거기에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배영수의 퍼펙트를 깨트린 것도 8회 2사후 유일하게 볼넷을 얻은 박진만이었다. 그리고 삼성은 '악마' 박진만을 아예 FA로 데려 와버린다.
그 뒤 6년, 지난해를 끝으로 삼성과 박진만은 작별을 했다. 삼성은 박진만을 조건 없이 풀어줬고 박진만은 SK에 새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인 대구 삼성-SK전에서 박진만은 삼성에게 또 다시 '악마'가 됐다. 3연전 첫날인 19일은 침묵했지만 20일은 5타수 3안타 3타점, 그리고 21일엔 1-1로 맞선 9회초 1사뒤 안지만에게 결승 솔로포를 터트리며 삼성을 침몰시켰다. 거기에 9회말 호수비는 덤.
올 시즌 전반기에도 친정팀만 만나면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선수들은 친정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에서 활약의 비결을 찾는다. 박진만 뿐만 아니라 친정팀만 만나면 '애정 가득한' 맹타를 휘두른 선수, 누가 있었을까.

▲ 스나이퍼, KIA 마운드 정조준…한화 장성호
장성호는 올 시즌 부상 후유증을 털어내고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율은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한다던' 3할에 아직 못 미치는 2할7푼6리에 머물고 있지만 특유의 선구안으로 출루율은 4할1푼4리를 기록하며 이 부문 5위에 올라있다. 또한 팀의 고참 선수로서 젊은 선수들에게 멘토 역할까지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아직 전성기 때를 생각해 보면 약간은 아쉬운 활약이지만, 친정팀 KIA만 만나면 장성호는 특급 저격수가 된다. 장성호의 전반기 KIA전 타율은 시즌 타율보다 훨씬 높은 3할8푼9리이며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116에 이른다. 롯데 이대호의 시즌 OPS가 1.014임을 감안해 보면 장성호가 KIA전에 임하는 자세를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KIA전만 되면 중요한 순간에 연신 호수비를 펼쳐 KIA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전반기 마지막 KIA와의 3연전에서 장성호의 '친정 사랑(?)'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전 4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에 빠져있던 장성호는 KIA를 만나 컨디션을 되찾았다. 특히 19일 경기에서 장성호는 3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회 1타점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4회에는 무사 2루에서 1루에서 호수비를 펼치며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잡아냈다. 그리고 9회말 5-6으로 뒤진 2사 1,2루에서 장성호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최진행의 역전 끝내기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이쯤 되면 KIA 팬들에겐 장성호가 '악몽'이 될 법하다.

▲ 한화에 장성호가 있다면 KIA엔 내가…KIA 이범호
올해 일본에서 돌아오며 KIA 유니폼을 입은 이범호는 전반기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타율 6위(0.314), 타점 1위(73점), 홈런 3위(17개)로 KIA 선두 질주의 선봉에 나섰다. 중요한 순간마다 점수를 올리는 '꽃시타'를 연신 기록하며 KIA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범호 역시 친정팀 한화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범호는 한화전에서 시즌 타율보다 높은 상대 타율(0.339)를 기록 중이고 홈런 2개 타점 11점으로 맹활약했다. 거기에 한화를 상대로 시즌 출루율(0.442)보다 높은 출루율(0.486)을 기록하며 한화 투수들을 괴롭혔다.
19일 양 팀의 경기에서 장성호가 한화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20일에는 이범호가 KIA에 승리를 가져다줬다. 이범호는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1-2로 뒤진 5회 2사 만루의 기회에 타석에 들어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역전 싹쓸이 2루타를 작렬시켜 5-3 역전승을 이끌었다. 장성호와 이범호, 두 선수의 '장군 멍군'이 후반기 양 팀의 경기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다.
▲ 친정팀들, 고맙습니다…한화 강동우
강동우는 8개 구단 톱타자들 가운데 최고령(37세)이다. 그렇지만 올 시즌 역시 나이를 무색케 하는 활약을 펼치며 한화 돌풍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타율은 2할5푼9리로 1번 타자치고는 조금 아쉽지만 홈런을 무려 10개나 기록하며 주전 1번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렇지만 친정팀을 상대로 기록을 살펴보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강동우는 삼성에서 데뷔 후 두산과 KIA를 거쳐 현재 소속팀은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강동우의 전반기 타율(0.259)에 비해 전 소속팀들이었던 삼성전 타율(0.302), 두산전 타율(0.317), KIA전 타율(0.279) 모두 높다. 거기에 강동우는 KIA전에서만 4홈런을 몰아치며 올 시즌 홈런의 절반 가까이를 몰아서 쳤다.
지난 2일 광주 KIA전 만루포가 백미였다. 당시 한화는 6회까지 KIA에 3-6으로 끌려가다 강동우가 손영민을 상대로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려 경기를 7-6으로 뒤집었다. 결국 한화는 난타전 끝에 KIA를 11-7로 눌렀다. 친정에 '사랑의 매'를 퍼부은 강동우가 가져온 승리였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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