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무열이 '공연계의 완판남'이란 별명에 다소 수줍어하며 "작품 복이 많은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공연계를 넘어 전방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무열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돌아온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터전을 닦았던 '아가씨와 건달들'은 오는 8월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192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선교사, 쇼걸이라는 상반된 두 아가씨의 인생과 사랑을 그린 작품. 국내에서는 2005년 이후 6년 만의 귀환이다.
최근 '광화문 연가'를 성공시킨 이지나 연출과 김문정 음악감독이 다시 의기투합하고, 김무열 외에도 옥주현, 정선아, 진구, 이용우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특히 극중 주인공 '스카이' 역을 맡은 김무열은 이 중 무대 위에서 가장 변화가 기대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스카이는 남자답고 젠틀해요. 남자 배우라면 모두들 한 번씩 해 보고 싶은 역이죠. 뮤지컬 1세대 선배들부터 유명한 선배들이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렇기에 영광스럽기도 하고 부담도 많이 되죠. 연출 선생님께서도 직접 연기를 하셨던 작품이기 때문에 감성도 남달라 배우로서 긴장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사실 예전에는 되게 하고 싶었는데, 1년 전 제의를 받았을 때는 반신반의 했어요. 그 만큼 세월이 오래된 작품인데, 이는 솔직히 많이 울겨먹은 작품이라는 말이잖아요. 현 정서와 얼만큼 들어맞을지 의구심도 있었고..하지만 이지나 선생님이 작품 수정을 적극으로 해주시고, 그런 것들에 대한 믿음 때문에 탐을 내기 시작했죠."
앞서 3, 4월에는 '광화문 연가'라는 창작 뮤지컬을 성공리에 마친 그다. 지난 2008년 향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마지막 이야기인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김무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옛사랑'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소름끼쳤어요. 하지만 공연 자체가 대중이 얼마나 좋아해 주실지 확신이 없었어요. 작업은 그야말로 '맨땅에 해딩'이었죠. 외국에서는 창작 작업이 최소 1, 2년 길게는 5, 6년 동안 걸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상 2~3개월만에 스태프, 배우, 연출이 모두 공동으로 대본을 쓰고 해내요. '광화문 연가' 같은 경우에는 음악의 힘이 무엇보다도 컸어요. 그걸 배치하는 것과 드라마가 미흡했다고 지적하시기도 하는데 그건 점차 보완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창작 작업은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준 것만으로도 대성공이었죠."
김무열의 연기 장점은 무엇보다도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이는 극단 '반상회'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김무열은 초심찾기의 일환으로 지난 2006년 당시 신인배우였던 김대명, 한지상 세 배우들이 소극장 공연에 대한 열정으로 '반상회'라는 이름의 연기 모임을 만들었다. 극단 반상회의 네 번째 정기공연이었던 '한 놈 두 놈 삑구타고' 역시 티켓 오픈 10분 만에 전석 매진이라는 연극계에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일거양득이죠. 우리가 하고 싶은 작품이나 공부를 소극장 연극을 통해 할 수 있고, 관객들은 싼 가격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죠. 새로운 경험, 배우에게는 공부의 느낌, 새로운 만남 같은 의미가 공존해요. 5000원이라는 티켓 값은 5년전에 책정한 거에요. 나중에는 무료도 생각하고 있어요. 모임은 유동성이 있어요. 그간 거쳐간 배우도 몇 명있는데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못하게 된 친구들도 있죠. 하고 싶을 때 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잠시 쉬고, 특별한 제약 같은 것은 두지 않으면서 연기만을 생각하려고 합니다"
"굉장한 티켓 파워의 소유자"라는 말에 그는 "'작품복'이 많다"라고 대답한다. 이들 작품 외에도 상기해보면 '지하철 1호선'은 뒷다리로 걸렸었고, '쓰릴미'는 많은 사람들이 거절해 자기한테 온 '대박'이었다고 겸손하게 표현했다.
공연계 뿐 아니라 충무로에서도 그를 탐내기는 마찬가지다. 김무열은 또 영화 '활'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 영화가 가진 매력을 묻자 "연극은 전체 틀을 봐가면서 해야한다면 영화는 편집이라는 기술로 캐릭터가 교묘하게 변하더라고요. 상황 디테일과 편집을 통해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가 순간순간 변하며 새로운 캐릭터로 완성되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에요"라고 말했다.
폭넓은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고 목표라는 김무열. 30대에 접어든 그에게 배우로서 각오를 물었다. "오히려 어떤 책임감이나 무게를 벗고 철부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하"
nyc@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