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민기-예원에 비하면 나는야 '숟가락 배우'"[인터뷰]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07.23 10: 49

배우 김인권이 요즘 물이 올랐다. 1000만 흥행 신화를 일군 ‘해운대’(2009년)에서 민폐 덩어리 ‘오동춘’ 역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쾅 찍은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무후무한 코믹 캐릭터를 구축하고 충무로에서 대체불가한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김인권에겐 13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국내 블록버스터 ‘퀵’으로 다시 스크린에 복귀한 그가 험난했던 연기 인생을 털어놨다.
“시작할 때가 가장 어려웠다. ‘송어’란 영화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한 겨울에 얼음물에 들어가 촬영을 하다 너무 추워서 기절했었다. 상대 배우와 호흡이 맞지 않아 많이 얻어맞기도 했다. 맞아서 부은 얼굴 때문에 촬영이 연기된 적도 있고.”

누구에게나 시작은 어려운 법이지만 1998년 데뷔한 김인권은 무명 시절이 제법 긴 편이었다.
“군대 다녀와서도 힘들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다. 그런데다 영화계에 한파까지 닥쳐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 한창 쉬어야 했을 때가 있었다. 그 때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애기 엄마가 산후우울증을 겪어 나도 우울증을 겪었다.”
김인권의 연기 인생에 가장 큰 터닝 포인트는 바로 대한민국 흥행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 ‘해운대’였다.
“내가 아이 복이 있는 것 같다. 둘째 딸이 태어나고 ‘해운대’란 작품을 할 수 있었다. ‘해운대’ 이후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후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도 하게 되고 ‘방가?방가!’ ‘마이웨이’에도 캐스팅 됐다. ‘해운대’란 작품을 했기에 현재 ‘퀵’도 할 수 있었다.”
 
그간 고생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는지 김인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해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민기, 강예원과 나란히 주연으로 캐스팅된 김인권은 후배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나는 반성해야 한다. 민기, 예원이에 비하면 내 고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속도로 위에서 신나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 넘어져 구르는 장면 등 위험해 보이는 부분이 몇 장면 있지만 나는 거의 대역을 썼다. 그래서 명동에서 짬뽕 국물 뒤집어쓰는 장면, 차바퀴에 머리를 부딪치는 장면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숟가락 배우’라고 생각한다. 다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을 뿐이라서.”
고생한 후배들을 자신보다 높게 평가하고, 힘든 시간을 함께한 스태프를 먼저 챙기는 마음 씀씀이를 가진 김인권의 ‘숟가락 배우’라는 자평은 겸손한 미덕으로 비춰졌다.
김인권은 ‘해운대’에 이어 ‘퀵’까지 잊지 않고 자신을 찾아준 윤제균 감독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해운대에 출연했던 신참 배우들을 100억원이나 투입된 블록버스터 주인공으로 세워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만족한다. ‘퀵’의 연출을 맡으신 조범구 감독님께서도 시나리오를 300% 이상 잘 표현해 내신 것 같다.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라 씌어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과연 어떤 작품일까 생각 많이 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나올 줄 몰랐다. 모든 관객들이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영화를 본다면 그 충족감이 더 클 것 같다.”
김인권은 ‘퀵’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며 이번 작품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했다. 한 번 타면 또 타고 싶은 롤러코스터처럼 한번 보면 두 번, 세 번 보고 싶은 영화라는 것.
“작가주의 영화와 비교할 작품이 아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랑 비교해서도 안 된다.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 자체를 봐주셨으면 한다. 관객 분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다. 돈이 없어서 또 보고 싶은데 못 보겠다고? 연락만 하시라. 계좌로 영화표 값 쏴 드리겠다. 마음껏 즐기시라.”
지난 2009년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 ‘해운대’에 이어 현재 김인권은 화재를 다룬 재난 영화 ‘타워’ 촬영에 한창이다. 이후 주연으로 들어갈 차기작도 결정된 상태다.
“고생하던 시절엔 견딜 수 없이 힘들었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 고생이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어떤 게 주어지든 모두 다 열심히 하고 싶다. 그 영화가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또 내가 그 역할을 하면서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면 단역이든 조연이든 상관없다. 배우라기보다는 창작자로서 감독님, 스태프들과 팀워크를 발휘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좋은 작품을 많이 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인권. 배우로서 전성기를 맡은 그는 신인보다 더 낮은 자세로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인권, 이민기, 강예원이 주연을 맡은 ‘퀵’은 지난 20일 개봉, 인기리에 상영중이다.
tripleJ@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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