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올스타전은 파격과 정석의 맞대결이었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올스타전. SK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이스턴리그는 파격 라인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삼성 부동의 4번타자로 활약한 최형우가 1번타자로 기용됐고 롯데 중심타자 홍성흔이 2번타자에 배치됐다. 최형우-홍성흔이라는 중량감 넘치는 테이블세터를 구축한 것이다. 매년 올스타전 때마다 파격적인 라인업을 내놓았던 김성근 감독의 또 다른 새작품.
반면, 웨스턴리그 사령탑을 맡은 KIA 조범현 감독은 1번 이용규(KIA), 2번 이진영(LG) 등 전반적으로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은 라인업을 짰다. 이스턴리그의 파격적인 테이블세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조범현 감독은 "우리는 정상대로 간다. 제대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는 등 최근 7년간 웨스턴리그는 이스턴리그에 1승6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경기 초반 웨스턴리그는 정석적인 야구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부상으로 빠진 류현진(한화) 대신 선발로 나온 윤석민(KIA)이 탈삼진 3개로 1회초 수비를 깔끔하게 막았고, 1회말 공격에서 이용규의 2루타를 시작으로 이범호(KIA)-이병규(LG)의 연속 적시타가 터져나오며 2점을 선취했다. 2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온 조인성이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3-0으로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았다.
하지만 이스턴리그는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도 파격을 고수했다. 특히 4회초 수비에서 이대호가 좌익수 최형우(삼성)와 포지션을 맞바꿔 외야로 이동했다. 생소한 좌익수에 위치한 것이다. 지난 2001년 프로 데뷔 후 외야수 출전이 한 번도 없던 이대호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파격을 위해 이대호를 외야로 보냈다. 2사 후 안치홍의 타구가 좌중간 쪽으로 날아갔다. 이대호는 타구를 쫓아갔지만 공이 빨랐다. 결국 2루타. 하지만 이용규의 빗맞은 뜬공은 전력질주로 쫓아가 처리하며 팬들에게 큰 웃음과 볼거리를 선사했다.
5회부터 이대호와 최형우는 다시 본래 위치로 포지션을 재조정했다. 하지만 6회 김성근 감독은 좌익수를 보던 김현수(두산)를 중견수로 이동시켰다. 주로 좌익수, 1루수를 보던 김현수에게 센터라인 맨 뒷자리를 맡긴 것이다. 김현수는 2사 후 강정호의 뜬공을 빠르게 쫓아가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7회에도 이범호의 좌중간 쪽으로 깊숙하게 날아간 타구도 안정감있게 처리하며 넓은 수비범이를 자랑했다. 좌익수 이대호와 중견수 김현수라는 평소 볼 수 없었던 깜짝 수비 전환이 대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웨스턴리그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연장 10회초 1사 2,3루에서 최형우를 고의4구로 거르는 승부수를 던졌고 추가실점을 막으며 성공했다. 결국 연장 10회말 이병규가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웨스턴리그가 5-4로 승리했다. 정석으로 밀어붙인 조 감독의 바람대로 웨스턴리그는 승리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하지만 거듭된 파격을 보인 이스턴리그의 노력도 빛난 한판이었다.
waw@osen.co.kr
<사진> 잠실, 지형준 기자 /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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