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걸릴 줄은 몰랐다".
2011 올스타전은 여러 가지 화제를 낳고 있다. 사상 첫 승부치기로 진행된 연장승부에서 고의볼넷이 나왔다. 주로 선수들에게 승부를 맡기는 올스타전 치고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결국 이 덕택에 우승팀과 MVP가 바뀌었다.
상황은 3-3 팽팽한 연장 10회초 이스턴리그 승부치기. 무사 1,2루에서 2루주자가 기습도루를 감행해 성공시켜 1,3루 기회를 잡았다. 박정권의 2루 땅볼로 가볍게 한 점을 얻었고 이어진 1사 2,3루에서 최형우가 나왔다.

조범현 웨스턴리그 감독은 앞선 타석에서 투런홈런 등 2안타를 때린 최형우를 고의 볼넷으로 걸려 만루작전을 감행했고 후속타자를 병살타로 엮어내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리고 10회말 승부치기에서 이병규의 끝내기 안타 등 두 점을 뽑아내 승리를 안았다.
조 감독은 작년에도 웨스턴리그 감독으로 나섰으나 황재균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배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2년 연속 상대팀 사령탑은 김성근 SK 감독. 올스타전서는 보기 힘든 고의 볼넷으로 2년 연속 패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만일 최형우를 상대했다면 MVP의 판도가 바뀌었을 것이고 승부도 내줬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후 최형우는 "나를 걸릴 줄은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범현 감독은 비록 친선경기이지만 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결국 승리는 웨스턴, MVP는 이병규가 차지했다.
아마도 조 감독은 큰 경기라는 생각을 가졌던 듯하다. 팀이 전반기를 1위로 통과한 만큼 이왕이면 올스타전도 이겨서 후반기를 맞이하고픈 의지였다. 더욱이 난공불락의 소방수 오승환까지도 공략해 승리를 거두었다.
조 감독은 "최형우가 너무 잘쳐서 걸리라고 지시했다. 마치 한국시리즈를 치른 것 같다. 이겨서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파격의 한 수를 던진 그에게는 올스타전 1승도 대단히 귀중한 것이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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