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의 베이스볼 다이어리] 후반기, 퇴장 주의보발령!!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7.26 07: 01

한 여름의 열기보다도 뜨겁고 화끈한 2011 프로야구가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치고 26일부터 후반기 레이스가 시작합니다. 이번 후반기에서는 KIA와 삼성의 선두 싸움을 시작으로 LG, 롯데, 두산의 4위 다툼도 그 어느 해보다 흥미진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반기 323경기를 치렀는데요. 퇴장이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지난해에는 퇴장이 10차례나 나왔던 것에 비하면 특이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선수는 선수로서, 심판은 심판으로서 역할을 잘 했기 때문에 퇴장이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1 공식 야구 규칙집 9.01조 (d항)을 보면 '각 심판원은 선수, 코치 감독 또는 교체선수가 재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을 취하였을 경우 출전 자격을 박탈하고 경기장 밖으로 퇴장시킬 권한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시즌 초 스트라이크 존 확대에 따른 스트라이크-볼 판정 항의가 잦았습니다. 10번 가운데 8번이 스트라이크 볼 판정 항의하다 퇴장 당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도 퇴장이 나올 법한 상황은 몇 차례 발생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문승훈 심판은 "전반기에 퇴장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서로가 잘 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전반기에도 몇 차례 고비는 있었다. 어필의 한계를 넘지 않았다"고 말한 뒤 "그러나 후반기에 그 선을 넘을 경우 퇴장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전반기 몇몇 선수들과 감독들은 심판들에게 거친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나이가 어리고, 1군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심판들에게 집중된 모습이었는데요.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코 악의적으로 잘못된 판정을 내리는 경우는 결코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퇴장을 원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 역시도 퇴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한두 차례는 퇴장에 가까웠던 눈살을 찌푸릴 상황이 벌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서 조종규 KBO 심판위원장도 "심판은 퇴장을 시키지 않고 경기를 가장 원만하게 마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면서도 "김동주를 비롯해 몇 차례 보기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퇴장을 시키지 않은 심판은 경기 후 나에게 혼을 났다"라고 말했습니다.
조 위원장은 또 "심판들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대화를 하고 잘 들으라고 주문한다. 퇴장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퇴장을 시키지 말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 도가 지나치면 퇴장을 시키라고 했다. 후반기에는 더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퇴장의 기준이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크게 2가지를 언급했습니다. 먼저 욕설과 심판을 모욕하는 행동은 퇴장 사유 1호가 됩니다. 심판을 대면하지 않고 뒤로 돌아서서 혼잣말로 욕을 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지난 5월 12일 잠실 LG-한화전에서 한대화 한화 감독이 이날 심판들의 판정에 답답한 나머지 혼자서 '에끼 XX XX'이라는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조 위원장은 "이런 상황이 가장 난감하다. 심판도 화가 나지만 그냥 못들은 척하고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서로 충돌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지나칠 경우 이것 역시도 퇴장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시간도 체크 사항입니다. 기억나시나요. 지난 19일 목동 넥센-LG전에서 박종훈 LG 감독이 넥센 선발 김성태의 투구폼 '퀵피치'와 관련해 거친 항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3분이 지나자 나광남 2루심이 기록원에게 다가가 시간을 체크하는 모습을 보셨을 텐데요.
더 재미있는 사실은 나광남 심판이 시간을 확인하러 가자 박종훈 감독과 김영직 수석코치는 조용히 LG 덕아웃으로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SK 김성근 감독도 대구 삼성전에서도 비슷한 어필이 있었습니다. 조 위원장은 "항의를 시작한 뒤 3분이 지나면 경고, 5분이 지나면 퇴장을 시킬 수 있다. 이 점을 감독들이 잘 활용하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후반기 순위 싸움이 본격화될 경우 감독 및 선수들의 항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순위 싸움을 하다 보면 선수, 감독 모두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럴 경우 긴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스트라이크-볼 판정, 아웃-세이프 판정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야구규칙 9.02조 (a항)을 보면 '타구가 페어이냐 파울이냐, 투구가 스트라이크이냐 볼이냐, 또는 주자가 아웃이냐 세이프이냐 하는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 선수, 감독, 코치 또는 교체선수는 그 재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나와있습니다.
조 위원장은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오심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반기에는 심판들도 참고 넘어간 부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후반기에 항의가 과격하다거나 지나칠 경우 퇴장을 시킬 것"이라며 "이럴 경우 단순 퇴장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위원장이 언급한 단순퇴장이란 퇴장을 당하고 다음날 다시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퇴장을 말합니다. 보통 퇴장이 발생하면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추가 경기 출장 제한, 또는 벌금을 부과하기도 하는데요. 추가적인 처벌을 하지 않고 그 경기에만 퇴장을 내리는 제도를 시행해 볼 뜻을 나타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퇴장도 경기의 일부이자 하나의 퍼포먼스로도 작용을 합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 조 매든 감독은 맷 가르자 투수가 보크 판정을 받자 마운드에 올라가 가르자를 혼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이 모습을 지켜본 2루심이 매든 감독을 퇴장 시키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스프링캠프 때 매든 감독을 만나서 이에 대해서 물어봤는데요. 심판에 화가 났지만 직접적으로 하면 퇴장을 당할 것 같아 가르자에게 간접적인 방법을 했으나 퇴장을 당했다고 말해 함께 웃었는데요.
조 위원장은 "메이저리그는 퇴장을 당하면 깨끗하게 승복을 하고 들어간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 경기를 한다. 우리의 경우 퇴장을 당하면 모든 것이 다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퇴장을 당하고 나서 모습이 더 안 좋다"고 말한 뒤 "심판 판정에 불만족스럽다면 강하게 어필하고 들어가주면 되는데 끝나고 나서도 지나친 항의를 할 경우 경기 후 보고서를 작성할 때 가중처벌이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퇴장은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판정이 되곤 합니다. 실제로 퇴장 판정이 일어날 경우 경기 흐름은 급격하게 넘어가게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될 2011 프로야구. 심판들은 퇴장에 대해서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밝힌 만큼 8개구단 선수들, 그리고 코칭스태프는 퇴장에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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