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 효민 "방송 속 내 모습, 진짜는 아니죠"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1.07.26 09: 16

걸그룹 티아라의 효민이 첫 스크린 데뷔전을 치르는 가운데 '스스로를 버리고 영화에 몸을 던졌다'라고 말했다.
효민은 최근 과로로 인한 실신으로 쓰러져 팬들과 주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인터뷰 시작, "몸은 괜찮냐"고 묻자 효민은 "그날 링거 2통을 맞고 갔더니 괜찮더라고요(효민은 그날 저녁 스케줄을 소화했다). 링거도 제일 좋은 거 맞았어요. 지금은 괜찮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티아라의 '롤리폴리' 활동, 영화 '기생령' 홍보, MBC 드라마 '계백' 준비. 다방면 3개 활동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효민은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거 같아요. 저도 잘 몰랐는데 주변에서 욕심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영화도 그렇고 이번 티아라 앨범도 그렇고, 드라마도 마찬가지고 모두 쉽게 찾아온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투덜거리면서 하는 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잘해야지'란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어요"라고 성숙한 마음을 보였다.

효민이 스크린을 통해 처음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작품 '기생령'(8월 4일 개봉)은 부모의 잔혹한 죽음을 목격한 소년 빈(이형석)을 돌보게 된 서니(한은정)와 친동생 유린(효민)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과 충격적 진실을 그린 공포 영화다. 올 여름 '호러퀸'으로 야심찬 도전을 펼치는 효민. 본인에게 이 첫 번째 영화는 남다른 의미를 지닐 것이 분명했다.
밝고 생글생글하게 자신의 얘기를 소녀처럼 늘어놓는 효민은 영화를 들어가기 직전 슬럼프도 겪었다는 다소 무거운 얘기도 털어놨다.
"영화를 시작할 때 즈음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었어요. 제가 어느 순간 '아이돌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이돌' 처럼 항상 밝은 모습으로 있고, 그런 모습에 스스로도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왜 항상 조심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KBS 2TV '청춘불패'를 할 때는 실제로 제 성격이 소심하지 않은데도 소심하게 하고 있고, 목소리도 작게 하고 행동도 위축되고 이런 모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대중이 재미있어 하시니 나도 모르게 그런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사실 그건 내 모습이 아닌데.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저를 자신감 없고 소심하고 웅얼거리는 목소리의 아이로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극을 한다고 했을 때 '어디가서 말도 잘 못할 것 같은 애가 무슨 사극을 하냐'는 말도 들었어요."
효민은 이 시점에서 철저히 스스로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나를 버려야할 때다, 그런 시기다, 에라 모르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하면서 저를 던지기로 했죠. 원래는 시나리오 상에서 유린은 되게 작은 역할이고 특별출연이었요. 전 영화도 처음이고 출연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분량은 상관없었죠. 그런데 사장님이 '그래도 좀 더 욕심을 가져보면 안되겠니'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욕심이 났죠.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빼곡히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효민은 처음으로 감독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도발적이고 당찬 신인배우'가 됐다. 관객의 입장에서 본 시나리오는 '이 부분은 안무서워',  '대사 어색함', '왜 내가 이래야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암시가 필요한가', '개연성 없음' 등의 지적들로 가득찼다.
"그런 지적들로 가득 찬 시나리오를 들고 가니 덜컥 뭔가 겁이 나더라고요.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어요. 건방지게 보이거나, 아니면 열정이 가득한 애로 보이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 자리에서 술도 조금 먹고 격해져서 정말 할 말을 다 했어요. '유린이란 애가 솔직히 굳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영화에 도움이 된다면 하겠지만 캐릭터가 불분명하고 임팩트가 없다'라고 말했죠. 빌 붙을 거면 확실히 빌 붙고 대들거면 대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영화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할 때 그간 마음 속에 쌓인 게 울분이 터져서 눈물을 보였어요. 그동안 제가 꿈꾼 것들을 털어놨죠. 감독님이 절 진솔하게 보셨는지 그 다음 수정고에서 분량이 3, 4배로 늘어났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낀 이해 안 되는 부분, 재미 없었던 부분,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 등 제가 얘기한 것들을 다 수정해 주셨어요. 그래서 캐릭터에 더욱 히로애락이 생기고 풍성해졌죠. 작은 신이라도 내가 걸려있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생기니까 캐릭터가 확실해지더라고요."
효민은 또 이번 영화를 통해 "확실히 예뻐보이려는 욕심을 버렸다"고 말했다. 아이돌로서는 큰 결심이 아닐 수 없다. 스크린 속 유린을 보면 자신도 놀라는 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 놀라지 않겠냐며 웃어보였다.
"감독님은 볼살이 있어야 귀여워 보인다고, 밥 좀 먹으라고 하셨어요. 노력한다고는 했는데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오히려 신경성으로 살이 더 빠지더라고요. 모니터 하다보니 이게 웃는 신에서도 음영이 지고 어둡고 다 그늘지고 무서워요. '에라 예쁜 건 포기하자' 마음 먹었어요. 예쁜 척 해도 안되더라고요. 촬영 때도 연기 부분만 오케이가 나면 '모니터는 안봐도 됩니다!"라고 했어요. 근데 스크린으로 보니 놀란게요, 내가 저렇게 밥을 먹는구나, 내가 저렇게 화를 내는구나, 란 것을 알게되고 어색하고 안좋은 버릇들을 너무 많이 발견하더라고요."
피 분장을 하거나 땀범벅 분장을 할 때도 스스로 더 열의를 보이며 했다는 효민은 스케줄 때문에 항상 바빴던 자신 때문에 스태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촬영장에서 '효민이 지금 가야한대요'라는 말이 들리면 정말 죄송해지더라고요. 나 마저 그래버리면 다 놓아 버릴 것 같았어요. 어차피 화살은 나한테 오고 내가 잘 해야 잘 될거니까. 작품을 보면 엄청 아쉬울 테지만 이것을 겪어보니 나중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더 잘할거란 확신이 들어요."
무대와 스크린에서 본인의 모습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만족한다는 효민은 "영화를 보면서 '롤리폴리'의 효민을 떠올리시는 않을 것 같아요. 비주얼 적인 면에서 확 변하고 한 번도 안 보여준 제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게 흥분돼요. 방송에서는 제가 한 번도 정색하거나 화내는 일이 없었잖아요? 아마 처음 보시는 제 모습일거에요. '연기 잘 하네'란 말은 기대도 안해요. '얘한테 이런 표정이 있었네, 이런 얼굴이 있었네'란 말을 듣고 싶어요. 저도 그러게 느꼈으니까요."
nyc@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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