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타나' 봉중근(31)이 LG 트윈스 새로운 에이스가 된 '광속 사이드암' 박현준(25)에게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한 자신의 몫까지 해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21일 미국 '컬린-조브 클리닉'에서 왼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마치고 귀국한 봉중근은 26일 잠실구장을 찾아 박종훈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을 만나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수술이 잘 된 것 같아 당장이라도 공을 던질 수 있는 기분"이라며 특유의 유쾌함을 보인 봉중근은 "팀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한 뒤 "그래도 (박)현준이가 내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사실 봉중근에게 따라 다니는 칭호는 '에이스'다. 지난 2007년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한국에 복귀해 LG에 입단한 봉중근은 지난해까지 3연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에이스'가 됐다.
그러나 팀이 매년 하위권에 머물면서 호투를 하고도 패전투수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까지 평균자책점은 3점대 중반이었지만 38승36패가 이를 증명했다.
이 때문에 봉중근을 부를 때 에이스라는 말보다 '불운한 에이스'라는 표현을 붙였다. 그러나 봉중근은 LG가 시즌 초 깜짝 활약을 펼치며 2위권을 머물던 지난 5월 18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한 뒤 왼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보통 때보다 심각함을 느낀 봉중근은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 LA 공항 인근에 위치한 '컬린-조브 클리닉'에서 팔꿈치와 무릎에 대가로 불리는 루이스 요컴 박사로부터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기간이 꼬박 1년이 걸린 만큼 봉중근은 올 시즌 다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없다. 아예 왼손에 공을 잡을 수도 없다. 25일부터 구리 재활군에 합류해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올 시즌에도 지난 3년 동안의 모습만 보였다면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 하던 봉중근. 그러나 올해 자신을 대신해 에이스로서 맹활약하고 있는 박현준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현준은 올 시즌 봉중근을 대신해 시즌 초 선발진에 합류했다가 깜짝 활약을 펼치며 전반기에만 20경기에 등판해 10승6패를 기록하며 LG 마운드의 에이스가 됐다.
봉중근도 "내가 처음 LG에 왔을 때 (박)명환이 형의 자리를 대신했는데, 올해는 (박)현준이가 하고 있다"면서 "현준이가 에이스란 생각을 갖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준이가 강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비록 내가 뛸 수 없지만 현준이만 안 아프면 LG는 4강 갈 수 있다. 부상없이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해내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과연 박현준이 봉중근의 몫까지 해내며 팀을 4강으로 이끌까.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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