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박)명환 형 자리를 내가 메웠다면, 지금 그 역할은 (박)현준이가 하고 있다".
LG 트윈스의 '봉열사' 봉중근(31)이 26일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이 열릴 예정이던 잠실구장을 방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팀내 후배들이 자신의 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봉중근은 지난 5월 18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한 뒤 왼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 미국 LA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지난 19일 귀국했다.
봉중근은 특히 팀내 선발투수 후배인 박현준(25)에 대한 애틋한 격려의 메세지를 보냈다. 봉중근은 "현준이와 미국에서도 연락을 자주 주고 받았다"면서 "예전에 명환이 형의 빈 자리를 내가 메웠다면 지금 그 역할을 현준이가 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이 비운 선발 마운드를 단단히 챙기고 있는 박현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봉중근의 말대로 2000년대 후반 LG 토종 선발의 명맥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통산 102승을 거둔 우완 '파워 피처' 박명환(34)은 2007시즌 전 FA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2007년 그는 10승6패 평균자책점 3.19을 기록하며 그해 LG가 거둔 58승 중 10승을 혼자 책임졌다. 그러나 박명환은 2008년 어깨 통증 때문에 6월에 수술을 받았고, 2009년 복귀했으나 허벅지 부상으로 또 다시 재활에 들어가야 했다.
그 자리는 봉중근이 이어받았다. 봉중근은 2007년 시즌을 앞두고 LG에 입단하며 미국 리그에서 국내에 복귀했다. 봉중근은 박명환이 수술대에 오른 2008년부터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긴 재활에 들어간 박명환의 빈 자리를 메웠다. 봉중근은 2008년 팀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2009년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올리기도 하면서 선발이 빈약한 LG의 마운드를 묵묵히 지켰다.
국내 3대 좌완으로 꼽히던 봉중근은 2008년, 2009년에 베이징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봉중근은 잦은 등판으로 결국 지난해 아시안게임 출전 도중 어깨 통증을 느꼈고, 올해 5월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올해 마운드에는 단 4경기 밖에 서지 못했고 1승2패 만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봉중근이 사라진 LG의 마운드에는 혜성같은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지난해 7월 SK에서 트레이드된 사이드암 투수 박현준이다.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하는 유망주였던 박현준은 사이드암이지만 150km에 이르는 광속구를 구사하며 5월까지 7승2패를 거둬 단숨에 토종 에이스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6월부터는 상대팀의 분석과 구위 저하로 승리 페이스가 주춤했지만 여전히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LG의 1선발로 인정받고 있다.
어린 나이에 선발 에이스로 활약하며 '좌충우돌' 많은 일을 겪고 있는 박현준에게 선배 봉중근은 '자신이 1선발이라는 책임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이어 봉중근은 "현준이가 이미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걱정하지 않지만 선발로서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으로서 자신의 뒤를 밟고 있는 후배를 바라보는 선배의 따뜻한 충고였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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