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주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KIA는 지난 26일 삼성과이 후반 첫 경기에서 2-1로 앞선 8회초 2사후 5연속 안타를 맞고 2-5로 역전패했다. 접전상황에서 등판한 한기주가 한 점차를 지키지 못하고 4피안타 3실점 블론세이브를 했다. KIA는 뼈아픈 패배를 했지만 어려운 투수교체의 일면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상황은 2-1 아슬아슬한 리드였다. 선발 트레비스는 8회초까지도 위력적 볼을 던졌다. 148km짜리 공을 뿌리며 두 타자를 가볍게 잡았다. 최형우를 상대로 먼저 볼카운트 2-1으로 앞섰다. 그러나 중전안타를 맞았다. 8회를 끝까지 맡길 것인가, 아니면 소방수 투입인가의 갈림길이었다.

순간 조범현 KIA 감독이 직접 나왔다. 마운드에 걸어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투수를 교체했다. 차일목을 불러 구위를 점검했고 트레비스의 의견도 물었다. 호투하는 트레비스를 위한 예우였다. 트레비스는 순순히 강판을 받아들였다 .8회 2사후 한 점차에서 나올 수 있는 투수는 한기주 뿐이었다. 전반 막판에 인상적인 3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두 차례나 했다.
관중석에서는 많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해태왕조를 상징하는 '검정-빨강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는 한기주는 이날의 주인공 같았다. 완벽하게 3이닝 씩 막았으니 당연한 호출이었다. 그러나 한기주는 4안타를 연속으로 맞고 무너졌다. 대타 조영훈에게 중전안타, 강봉규에게 동점타, 신명철에게 역전 3루타를 맞았다. 볼이 모두 가운데로 몰렸다.
신명철의 3루타는 아슬아슬하게 우익수 이종범의 글러브 옆을 지나갔다. KIA로서는 예기치 못한 부진이었다. 결국 진갑용에게도 빗맞은 득점타를 맞았고 이강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한기주를 강판했다. 한기주는 고개를 푹 숙인채 불펜으로 퇴장했다.
한기주의 블론세이브도 뼈아팠지만 잘 던지던 트레비스는 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그 중 3경기는 모두 7회 이상 던지며 2실점 이내로 막았는데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7승 제자리 걸음. 타선지원을 받았다면 10승 고지는 벌써 밟았다.
경기후 조범현 감독은 "결과적으로 투수교체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점차를 지켜줄 것으로 믿었던 한기주의 부진이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당연히 한기주를 내야한다. 만일 한기주가 없었다면 트레비스에게 8회를 맡겼을 것이다. 그러나 한기주가 앞서 좋은 피칭을 했고 다른 선택은 없었다"고 말했다.
KIA는 만일 한기주가 막았다면 최고의 경기가 될 법 했다.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야구는 결과로 진단받는다. 잘되면 칭찬, 못되면 비난 봇물이다.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운게 투수교체이다. 그러나 한기주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시 등판할 것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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