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농구로 누굴 이긴다는 거야?".
허재(46)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뿔났다. 대표팀은 지난 26일 용인 KCC 체육관에서 유니버시아드 대표팀과 연습경기서 87-71로 승리했지만 허재 감독의 입에서는 칭찬이 아닌 잔소리가 쏟아졌다.

몇 수 아래인 동생들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당연하고 결과보다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6년 만에 올림픽 진출을 노리는 허재 감독으로서는 당연한 얘기였다.
허재 감독은 경기 내내 '수비'를 지적했다. 박스아웃을 비롯해 농구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상대 팀의 최장신 선수가 201cm의 장재석(중앙대)이라는 생각에 여유를 부린다는 얘기였다.
허재 감독이 경기 도중 "경기를 앞두고 상대가 작다는 생각은 잊으라고 했잖아"라고 외치며 "이기려고 오늘 경기를 하는 거야? 기본은 지키면서 농구해야지"라고 외친 이유다.
허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수비 이렇게 못해서 어디에 쓰겠어. 오늘 경기에서 조직적인 수비가 딱 한 번 있었어. 이런 농구로 누굴 이긴다는 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허재 감독은 주축 선수들의 잔부상에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주성(동부)이 2쿼터 초반 발목을 다치더니 2쿼터 중반에는 하승진(KCC)이 오른쪽 무릎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다. 하승진은 상대에게 밀려 넘어진 뒤 통증을 호소했고, 남은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목발을 짚은 채 움직여야 했다.
허재 감독은 "빨리 (하)승진이 (몸 상태를) 확인해봐. 쟤는 또 왜 저렇게 다치는 거야?"라고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대해 대표팀 관계자는 "무릎이 돌아간 것 같은데 정확한 상태는 알 수 없다. 하루 이틀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대회를 앞두고 주축 선수가 부상을 당하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허재 감독이 이승준(삼성)이 아닌 문태종(전자랜드)을 선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하승진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승진이 부상을 당하니 허재 감독이 화를 낸것"이라며 "오늘 수비에 대한 불만보다도 승진이의 부상에 더욱 화난 것 같다"고 말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용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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