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외국인 투수들의 불운이 계속되고 있다.
KIA 선발 트레비스 블랙클리(29)는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26일 광주 삼성전에서 최고의 구위를 뽐냈다. 8회 2사까지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몸쪽을 과감하게 찌르는 공에 삼성 타자들은 무기력하게 당했다. 하지만 8회 2사후 최형우에게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한기주에게 넘겼다. 스코어는 2-1. 한기주는 등판과 함께 4연속 안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트레비스의 시즌 8승이 다시 한 번 눈앞에서 날아간 순간이었다.
트레비스는 최근 3경기 연속 승리를 날리고 있다. 3경기 모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불펜에서 모두 역전을 허용했다.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로 막았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 트레비스는 18경기에서 7승4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 전체 4위이고, 퀄리티 스타트는 11차례로 윤석민(12회) 다음으로 많다. 특히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경기는 7차례로 아퀼리노 로페즈(10회)에 이어 전체 2위다. 그런데도 트레비스의 승수는 7승에서 제자리걸음하는 중이다.

트레비스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선수가 바로 LG 벤자민 주키치(29)다. 주키치는 올해 20경기에서 5승4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를 9차례했고 그중에는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경기도 6차례 된다. 하지만 지난달 7일 대전 한화전 이후 한 달 반이 넘도록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6월17일 잠실 SK전, 28일 잠실 삼성전, 7월5일 대전 한화전에서 3경기 모두 7이닝 이상 던지며 호투했으나 불펜에서 전부 승리를 날렸다.
트레비스와 주키치는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게 6차례로 같다. 트레비스는 11차례 중 5승을 했고, 주키치는 9차례 중 3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로 특급 피칭을 한 경기에서도 트레비스는 7차례 중 4승을 했고, 주키치는 6차례 중 2승을 챙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KIA와 LG 모두 불펜이 약하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LG는 역전패가 22패로 가장 많고, KIA는 19패로 3번째 많다.
그러나 같은 팀 동료 외국인 투수 로페즈(KIA)나 레다메스 리즈(LG)에 비하면 불운의 강도는 더 크다. 로페즈는 벌써 10승을 거뒀고, 리즈도 8승으로 두 자릿수 승수에 다가서고 있다. 이들보다 평균자책점은 낮지만 그만큼 승수도 따르지 않는다. 그래도 이들은 누구를 원망하지 않는다. 트레비스는 "마이너리그에서 이보다 더한 시절도 있었다. 언젠가 내게도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의욕을 잃지 않았다. 주키치도 "야구가 그렇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웃어넘겼다.
같은 1982년생에 까다로운 구질을 가진 좌완 외국인 투수라는 공통점을 가진 트레비스와 주키치. 여기에 한국 무대 첫 해부터 승수 불운이라는 시련마저 닮았다. 그럴수록 트레비스와 주치키는 더 강해지고 있다. 시련은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법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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