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그럴싸한 괴수 영화가 나왔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 작)’에 이은 특별한 시도. 더구나 이번엔 3D다.
김지훈 감독이 3년 여간 공을 들인 신작 영화 ‘7광구’가 언론에 드디어 공개됐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는 무수한 국내 취재진이 참석해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임을 입증했다.
총 100억 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7광구’는 제주도 남단 7광구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에서 벌어지는 심해 괴생명체와 대원들 간의 사투를 담은 블록버스터다. 실제 존재하는 공간인 7광구를 배경으로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한 재앙을 그렸다.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탄생된 작품인 만큼 모두의 관심은 극중 괴생명체에 집중됐다. 실제 같은 현실감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였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7광구’의 괴생명체는 단계별로 올챙이 크기의 반투명한 발광체부터 딱딱한 피부를 지닌 2m의 거대한 괴물까지 변이와 변태를 거듭한다. 끈적한 점액질 몸과 빠른 촉수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무서움을 배가시키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는 공격성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충분하다.
그러나 의외의 약점이 몇몇 발견됐다. 말장난 유머는 생각처럼 재밌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는 따로 논다. 하지원, 안성기 등 연기 잘하는 이들이 모였음에도 영화를 보다 보면 자꾸만 뚝뚝 끊기는 느낌이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촬영 환경에서 비롯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을 상대로 연기해야 하는 점이 몰입을 방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안성기는 “괴물과 시선을 딱 마주쳐야 하는데 어디에 눈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연기했다. 시선 교감이 안 된다는 게 힘들었다. 전체적인 길이나 크기 등을 배우 뿐 아니라 제작진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고심했던 부분이다”고 말했다. 영화에 참여한 이들 모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 세트장에만 20억 원이 소요됐을 정도로 그 수가 어마어마했던 것도 전반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다 보니 감정선 흐름에 의한 촬영 대신 세트 위주로 영화를 찍었다는 후문. 이에 대해 하지원은 “세트 위주로 촬영하다 보니 호흡을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더불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괴생명체가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린 부분도 없지 않다. ‘괴수 영화에 왜 이렇게 괴물이 안 나올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결과는 다르다.
하지만 ‘7광구’는 비교적 볼 만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열정과 제작진의 노력이 오롯이 보일 뿐더러 감동과 재미가 적당히 어우러졌다. 오는 8월 4일 개봉 예정이다.
rosecut@osen.co.kr
<사진> 영화 ‘7광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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