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인턴기자] 마치 클리블랜드 추신수(29)가 빙의 된 듯한 명품 '총알 송구'였다.
삼성은 후반기의 시작을 알리는 KIA와의 원정 3연전 가운데 먼저 2승을 따내며 선두 자리를 재탈환했다. 지난 20일 대구 SK전서 패하며 KIA에 1위를 내 준지 정확히 일주일만이다. 삼성은 26일과 27일 두 경기 모두 선발투수(장원삼, 윤성환)가 리그 팀 타율 1위(.278)인 KIA를 상대로 7이닝 이상 소화하며 승리를 따냈기에 더욱 값지다.
두 경기 모두 선발투수가 호투해 주며 경기를 쉽게 풀어갔고, 타자들 역시 꼭 필요할 때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준 것이 삼성 2연승의 원동력이었다. 여기에 수비에서 결정적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특급 도우미' 역할을 자처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삼성 외야수 이영욱(26)과 최형우(28)다.

이영욱은 26일 광주 KIA전에서 팀이 5-2로 앞선 8회초 대수비로 중견수 자리를 채우며 그라운드를 밟았다. 류중일 감독이 경기 막판 수비 강화를 위해 좌익수 최형우를 빼는 대신 이영욱을 투입해 중견수로 옮긴 것. 그리고 8회 수비에서 이영욱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KIA 선두타자 이범호가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나간 뒤 최희섭이 정현욱을 상대로 중견수 앞 안타를 때려냈다. 일찍 스타트를 끊은 이범호는 2루를 지나 3루까지 그대로 내달렸지만 중견수 이영욱이 3루에 힘껏 뿌린 공은 기다리고 있던 3루수 조동찬의 글러브에 정확히 빨려 들어갔다. 결국 이범호는 태그 아웃되며 이영욱의 보살로 삼성은 경기 막판 실점 위기를 넘기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27일 경기에서는 최형우가 이영욱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특급 송구’를 펼쳤다. 이번에도 희생자는 KIA 이범호였다. 삼성이 1-0으로 앞선 4회 선발 윤성환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윤성환은 1사 후 김원섭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허용하더니 이범호에게 좌중간 펜스를 직접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를 얻어맞아 동점을 내줬다. 그리고 누구나 이범호가 2루까지 갈 것이라고 짐작한 순간, 좌익수 최형우의 수비가 빛났다.
최형우는 이범호의 타구가 펜스를 직격할 것이라 예상하고 공이 튕겨져 나오는 위치에 정확히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을 잡자마자 부드럽고 정확한 송구로 2루로 향하던 이범호를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최형우의 포수 출신다운 강한 어깨가 간만에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곧바로 최희섭이 2루타를 쳤기에 만약 최형우가 이범호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역전을 허용할 뻔한 위기였다.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온다'라는 격언대로 삼성은 4회 위기를 1실점으로 틀어막고 5회 대거 4득점하며 KIA를 상대로 2연승에 성공했다.
사실 두 선수 모두 이제까지 외야 수비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었다. 이영욱은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지녔지만 타구 판단이 약간 아쉽고 송구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최형우 역시 전문 외야수 출신이 아니다보니 수비 과정에서 미숙한 모습을 종종 드러내왔다. 그렇지만 두 외야수가 중요한 경기에서 적시적소에 완벽한 송구를 보여줘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괄목상대'한 삼성 외야수들이 후반기 삼성 선두 수성의 든든한 '수비대' 역할을 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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