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올 시즌 정규시즌 목표를 4위에 맞췄다. 일단 박종훈(52, LG) 감독은 27일 잠실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4위를 목표로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기 예상 승수 또는 목표에 대해 박 감독은 "5할 승률 정도면 4강에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67승 정도면 될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4위를 목표로 후반기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현재 41승41패로 4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 4위를 목표로 잡은 것에 대해 낮게 잡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LG 팀 전력을 놓고 볼 때 가장 현실적이고 정확한 목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LG는 왜 4위를 목표로 후반기 레이스를 해야 할까.
▲1,2위가 힘들다면 3,4위 의미 없어
가장 큰 이유는 1,2위를 해서 한국시리즈 직행 또는 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하지 않다면 3위 또는 4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LG는 4월 13승11패, 5월 15승10패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LG는 1,2,3선발인 박현준(25), 벤자민 주키치(29), 레다메스 리즈(28)의 호투와 타선까지 폭발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6월 이후 이대형, 이택근, 오지환 등 주축 타자들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느껴지면서 연패의 늪에 빠졌다. 다행히 이대형이 전반기 막판에 복귀했고, 오지환과 이택근도 8월말 또는 9월에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매진하고 있어 다시금 힘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8일 현재 48승2무33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과 52승37패로 2위를 달리고 있는 KIA와 승차는 무려 7경기 반 차이다. 6월초에는 이들과 같이 순위 경쟁을 펼쳤으나 넥센과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하며 급격히 승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3위 SK도 43승34패를 달리고 있다. 비록 승차는 3경기 반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승패의 경우 '+9'나 된다. 승차로는 따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수치다.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볼 때 LG는 1,2위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1,2위가 멀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3위를 목표로 달릴 필요는 없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경기를 내주는 것 빼고는 큰 의미가 없다.

▲롯데-두산과 비교해 보면 된다
LG는 28일 현재 82경기를 펼쳐 41승41패로 승률이 정확히 5할이다. 박 감독이 말한 67승은 남은 51경기에서 26승25패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 LG는 67승66패로 승률이 5할4리가 된다.
문제는 5위 롯데와 6위 두산의 행보다. 현재 5위 롯데가 83경기를 치러 38승3무42패를 기록 중이다. 만약 롯데가 LG의 목표 승수 이상을 거둬 4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남은 50경기에서 28승22패를 기록해야 한다. 그럴 경우 롯데는 승률 5할8리가 되면서 LG가 67승을 거둬도 4위가 된다. 만약 LG가 68승을 거둘 경우 롯데는 67승이 되어야 한다. 후반기 50경기에서 29승21패를기록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수치다.
6위 두산은 현재 77경기를 펼쳐 34승2무41패를 달리고 있다. 만약 두산이 67승을 거둔 LG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66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남은 56경기에서 최소 32승24패가 되어야 한다. 그럴 경우 승률에서 LG에 0.0001을 앞선다. LG가 68승을 거둘 경우 두산은 67승을 해야 하는데 남은 56경기에서 33승23패를 달성해야 한다.
위의 계산에서 알 수 있듯이 LG는 후반기에서 '+1'만 거두면 되는 반면에 롯데는 '+6', 두산은 '+8'을 달성해야 4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LG로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다. 여기에 LG가 '+2'가 될 경우 롯데와 두산은 더 많은 승리가 필요하다.
▲무리한 욕심은 탈 난다
LG가 3위 SK를 잡기 위해서는 후반기 남은 51경기에서 최소 33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 이것도 SK가 남은 56경기에서 30승26패를 한다는 가정 하에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SK가 현재 승률인 5할5푼8리보다 떨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전반기 막판 페이스가 떨어졌으나 기본적으로 SK는 4년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팀이다.
무리하게 승부를 걸 경우 결국 LG에게 타격만 크다. LG는 전반기 대부분의 경기가 박빙으로 전개됐다. 이 때문에 선발 투수들 뿐 아니라 불펜 투수들의 체력 소모도 컸다. 후반기에도 박빙으로 경기가 전개 될 경우 후반기 막판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기 힘들다.
LG는 후반기 남은 51경기에서 무리한 목표를 잡는 대신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치적인 부분이다.
박종훈 감독도 "감독 관점에서 만족은 없다. 1위팀 감독도, 8위팀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도 그렇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쉽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를 갖게 된다"고 말하면서 성적에 만족하는 데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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