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국형 외국인 투수가 될 수 있을까.
삼성 새 외국인 우완투수 덕 매티스(28)는 당초 기대보다 우려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지만 올해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승리없이 5패 평균자책점 4.27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다른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력이 떨어지고, 특출난 장점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삼성에서는 매티스에 대해 "한국형 외국인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몇 가지 부분에서 매티스의 한국형 외국인 투수 가능성이 발견됐다.
▲ 주자를 묶을 수 있다

아시아 야구 경험이 많지 않은 외국인 투수들에게 가장 큰 고역은 바로 주자 견제다. 타자를 루상에 내보낼 경우 리드폭을 크게 잡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주자들이 신경을 건드린다. 섬세한 한국 야구는 외국인 투수들의 작은 틈을 놓치지 않는다. 투수는 기본적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주자를 제대로 묶어두지 않으면 득점권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 2008년 KIA에서 좋은 구위를 과시한 케인 데이비스는 도루자 1개를 잡는 동안 22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구위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좋은 구위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하지만 매티스는 다르다. 이날 그의 투구를 지켜본 양일환 삼성 2군 투수코치도 퀵모션을 체크했다. 양 코치는 "퀵모션이 1.30초안으로 들어온다. 주자를 묶어두는 능력이 좋아보인다"고 합격점을 내렸다. 실제로 매티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87⅓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도루를 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도루자가 3개로 더 많다. 올해 트리플A에서도 86⅓이닝을 던지면서 도루를 하나도 주지 않을 정도로 좋다. 매티스는 "미국에서부터 주자 견제는 자신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공격적인 땅볼형 투수
매티스는 "공격적인 투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말대로 한화 2군과 첫 등판에서 매티스는 23타자를 상대로 17차례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을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보였다. 커브와 싱커로도 카운트를 잡았다. 2주만의 첫 실전 등판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시험하며 던지면서도 적극적으로 승부한 건 고무적이었다. 양일환 투수코치는 "제구가 안정돼 있고, 여러가지 변화구를 던질 줄 안다. 볼 스피드도 그만하면 괜찮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날 매티스는 직구 최고 구속 147km를 기록했고, 직구(49개) 외에도 슬라이더(25개)·커브(8개)·체인지업(8개)·싱커(3개)를 다양하게 던졌다.

매티스의 또 다른 긍정적인 요소는 땅볼 유도형 투수라는 점이다. 매티스는 메이저리그 3시즌 동안 땅볼-뜬공 비율이 1.47로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였다. 이는 곧 장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화 2군과의 첫 등판에서도 매티스는 아웃카운트 19개를 삼진 5개, 뜬공 5개, 땅볼 9개로 잡았다. 외야로 크게 날아간 타구가 없었다. 이상훈의 2루타로 3루수 옆으로 빠져나간 그라운드 타구였다. 양일환 코치는 "낮게 던지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매티스도 "미국에서도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스타일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내야진 수비만 뒷받침된다면 위력이 배가 될 수 있다.
▲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가장 먼저 직구 구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 여부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은 있지만 상대를 확실하게 윽박지를 힘이 부족했다. 몸쪽 승부도 많지 않았다. 이날 93개 공 중에서 몸쪽으로 들어간 것은 21개. "몸쪽 승부가 약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아퀼리노 로페즈(KIA)나 더스틴 니퍼트(두산)처럼 한국에서 성공한 외국인투수들의 공통점은 과감한 몸쪽 승부다. 몸쪽 승부는 상대타자에게 큰 위협이 된다. 삼성이 새 외국인 투수를 구하기로 한 것도 결국에는 강력한 투수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경기 초반 심판의 까다로운 스트라이크존에도 조금 애를 먹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응해야 할 부분들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이날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위가 올라왔다는 점이다.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경기 초반에는 10km였지만 4회를 넘긴 이후 7km로 줄어드는 등 이닝을 거듭할수록 힘이 붙는 게 느껴졌다. 한화 2군 타자들도 3득점했지만 안타 2개 모두 빗맞거나 코스가 좋은 타구였다. 매티스는 "2주만의 등판인데 좋았다. 이것저것 시험삼아 던졌고, 감이 조금씩 올라와 만족한다"고 이야기했다. 어디까지나 시험등판이었고 충분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한국야구를 배우겠다는 겸손한 자세가 되어있다. 그는 "첫 외국 생활인데 마운드 높이부터 경기장과 상대 타자 그리고 문화까지 차이가 있다. 내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적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아직 한국야구를 잘 모른다. 나보다 잘 아는 포수들의 리드를 무조건 믿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외국인 투수들을 지켜본 양일환 코치는 "직접 던지는 걸 보니 괜찮다. 빨리 적응할 수 있을 듯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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