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넥센 외국인 투수 나이트(36)가 한국 타자들의 홈런 세리머니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난 2009년 대체 선수로 삼성에 입단, 한국과 인연을 맺은 나이트는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다. 지난 시즌 도중 오른 무릎 수술을 하는 바람에 삼성에 임의탈퇴로 묶였다가 올 시즌 넥센과 인연을 맺었다.

평소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삼성에서와 마찬가지로 넥센에서도 베테랑 선수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새롭게 가세한 알드리지와도 잘 어울려 팀에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고 있다.
나이트는 내성적이면서 크게 나서지 않는 성격이다. 그러나 할말은 하는 똑부러지는 면과 불같은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런 그가 한국 타자들의 홈런 세리머니에 살짝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이트는 "홈런을 쳤다고 해서 세리머니를 크게 하는 것은 상대방을 비웃는 행동으로 간주된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야구를 하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다"는 나이트다. 그러나 홈런을 친 직후 베이스를 돌면서 기쁨을 표현하는 제스처는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최근 타자들은 홈런을 친 직후 베이스를 돌면서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관중을 향해 팔을 뻗어보이는가 하면 주먹을 허공에 날리기도 한다. 덕아웃으로 들어가야 상관없지만 최근 이런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나이트는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친 후 그 기쁨을 바로 표출하지 않는 것은 상대 투수를 존중하는 차원이다. 자극을 해서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팀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신수(클리블랜드)를 봐도 알 수 있다. 추신수가 홈런을 친 후 베이스를 돌면서 세리머니를 한 적이 있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자가 눈에 띄는 홈런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지돼 있다. 상대팀 특히 투수를 자극할 경우 곧바로 보복 조치를 당하기 때문이다. 당사자에게 되갚을 수도 있지만 다음 타자를 향해 빈볼을 날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국 홈런을 치고 나서 기분좋은 순간에도 자신의 행동 때문에 팀동료들이 다칠 수 있다는 긴장감을 항상 가져야 한다. 실제로 앞 타자가 그런 행동을 했을 경우 뒷타자는 당연히 보복을 각오하고 나선다.
그렇다면 '생애 첫 홈런을 친 타자'라면 이해가 갈까. 나이트는 "그럴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자신에게는 첫 홈런일지 모르지만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홈런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항상 상대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야 하는 스포츠가 야구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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