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반전 카드가 되는 것일까.
SK 새 외국인 우완 투수 브라이언 고든(33)이 인상적인 피칭으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고든은 지난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선발승을 따냈다.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커브와 종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한화 타자들을 제압했다. 게리 글로버를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는 SK에서 고든이라는 새로운 선발 카드가 나온 것이다.
이날 고든은 장기인 커브가 제대로 위력을 떨쳤다. 103개 공 중에서 20개를 커브로 던졌는데 중요할 때마다 카운트를 잡고 위닝샷으로 구사한 것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고든은 "경기 전 포수 정상호가 오늘 커브가 좋으니 위닝샷으로 쓰자고 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고든은 "커브가 가장 자신있다"고 할 정도로 커브를 주무기로 삼는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던진 2경기에서도 구종 비율은 직구(50.0%) 다음으로 커브(16.5%)가 많았다.

하지만 커브의 위력이 어떻게 살아났느냐가 중요하다. 데뷔전에서도 고든의 낙차 큰 커브는 위협적이었다. 고든의 2경기를 모두 상대한 한화의 한 타자는 "커브가 좋았지만 첫 경기에서 던졌을 때랑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직구에 힘이 붙은 것 같더라. 우리팀 타자들도 일주일 동안 경기를 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경기감각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직구 자체가 첫 경기보다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고든은 직구 최고 구속 148km를 찍었다. 145km 이상 강속구도 꾸준하게 던졌다. 데뷔전 때보다 볼끝에 힘이 있었고 커브의 위력도 배가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든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직구 평균 구속이 88.9마일(143km)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날은 볼스피드가 빠르고 힘이 있었다. 고든도 "볼에 힘이 있다는 것을 나도 느꼈다. 체력적으로도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스스로 놀랄 만큼 힘이 붙은 것이다.
물론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다. 5회까지 고든은 안타 하나를 맞았을 뿐 사사구 하나 없이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였다. 그러나 6회 이후 안타 3개와 볼넷 2개로 3실점했다. 투구수가 많아질수록 전체적으로 공이 높게 형성됐고 2루타 2개에서 나타나듯 장타로 이어졌다. 고든은 "올해 100개 이상 던진 경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길게 던지는 능력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고든의 피칭을 지켜본 한화 코칭스태프는 "볼은 좋더라. 그러나 1~2경기로는 판단이 어렵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최근 5경기에서 4승을 거둔 3위 SK는 1위 삼성과 4경기차를 유지하고 있다. 2위 KIA와는 3경기차.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있고,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다만 고든이 이날처럼 좋은 피칭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과연 고든은 SK의 새로운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까. 남은 시즌 고든의 활약 여부에 따라 선두권 싸움도 요동칠 수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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