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이션만 지키면 선발인 줄 아는가".
지난 29일 대전구장. 후반기 첫 경기에서 SK에 4-8로 패한 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선수단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한 감독은 "제 자리에 안주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현재에 만족하는 선수들의 자세에 일침을 가했다. 특히 한 감독은 젊은 선발투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로테이션만 지키면 선발인 줄 아는가. 지금 이 정도로 잘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착각"이라는 게 한 감독의 말이었다.
올해 한화의 가장 큰 소득은 젊은 선발투수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에이스 류현진을 필두로 양훈-김혁민-안승민-장민제가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만 25세 이하 토종 투수들로 선발진을 꾸린 팀은 한화가 유일하다. 한화가 5월 이후 반전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도 기대이상으로 활약한 젊은 선발투수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한 감독도 5~6월 동안 이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7월부터 선발진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7월 14경기에서 선발진 평균자책점 4.54. 특히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이 4.95이닝으로 5이닝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된 것이 8경기나 되며 이 8경기에서 한화는 1승7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7월 14경기에서 5승9패로 주춤하고 있는 데에는 선발진의 힘이 떨어진 게 주된 이유였다. 류현진의 공백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선발투수들의 힘이 떨어졌다.
한대화 감독은 "확실히 초반보다는 힘이 많이 떨어진 듯하다.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다 보니 고비가 올 때가 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김혁민과 장민제가 6월 이후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안승민도 6월 한 차례 슬럼프를 크게 겪었고, 양훈은 한 경기에서 잘 던지면 그 다음 경기에서 부진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젊은 투수들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과정. 하지만 한 감독은 이들이 선발로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감독은 "지금 이 정도로 잘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착각이다. 로테이션만 지킨다고 선발인가. 얼마나 오래 잘했다고 여기서 만족하려 하는가. 책임감을 갖고 더 노력해야지 자기 자리가 생겼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모 야구 해설가도 "한화의 젊은 선발투수들이 분명 올해 기대이상으로 성장 폭을 보인 건 맞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놓고 봤을 때 다른 팀에서 선발로 뛸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내년까지 꾸준하게 성장해야 한다. 지금 이상으로 하지 못하면 그때는 분명 문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감독은 "정해진 자리는 없다. 꾸준하게 해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지금 자리에서 절대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화의 젊은 선발투수들이 성장통을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까. 한화의 리빌딩이 달려있는 문제. 한 감독도 당근 대신 채찍을 들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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