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선취점패' 두산, 추진력도 잃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7.30 08: 21

더 달아나지 못하고 박빙리드를 허용하다 결국 역전패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지난 16일까지 선취득점이나 5회 리드 시 승리가 보장된 모습을 보이던 '김광수호' 두산 베어스의 자화상이다.
 
두산은 지난 29일 사직 롯데전서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7이닝 6피안타 2실점 역투에도 불구, 주루사와 후속타 불발로 인해 한 점 차 리드를 유지하다가 결국 강민호-이대호에게 잇단 투런을 내주며 1-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시즌 전적 34승 2무 42패(6위, 29일 현재)를 기록하며 5위 롯데와 세 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사실 니퍼트의 이날 컨디션은 굉장히 좋았다. 경기 초중반 초속과 종속의 격차가 10km 미만일 정도로 묵직한 볼 끝을 자랑하며 롯데 타선을 압도한 니퍼트였다. 롯데 선발 송승준이 사사구 5개를 내줬을 정도로 제구가 좋은 날은 아니었던 만큼 적절한 진루타가 나왔더라면 낙승을 예상할 수 있던 경기.
 
그러나 두산의 공격력은 니퍼트를 결국 호투하고도 눈물 짓는 투수로 만들고 말았다. 3회초 이종욱의 우중간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두산이었으나 정수빈의 견제사로 흐름이 끊겼다. 5회에는 이원석의 선두타자 볼넷이 나왔으나 정수빈이 잇단 번트 실패 후 결국 힘없이 2루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후 이종욱이 우전안타, 오재원이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김현수가 우익수 뜬공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7회에는 이원석-정수빈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암운을 드리웠고 결국 7회말 강민호가 니퍼트로부터 좌월 역전 결승 투런을 때려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6일까지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서 두산은 5회 리드 시 7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일단 앞선 채 중반을 맞으면 100% 승리를 장담하던 두산이었으나 17일 넥센전서 2-3으로 패하면서 암운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7월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김광수호 두산의 전적은 11승 10패로 5할 언저리까지 승률이 떨어졌다.
 
엄밀히 따지면 투수진의 잘못은 아니다. 필승계투로 격상된 노경은의 페이스가 떨어지기는 했으나 1군 경력이 많지 않은 노경은이 언젠가 부딪히게 되고 넘어야 할 산이었다. 문제는 득점을 올려놓고도 금세 힘을 잃어 경기를 본의 아니게 재미있게 만든 타선에 있었다.
 
올 시즌 두산은 2아웃 이후 좋은 타구를 양산하거나 찬스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닝을 시작하는 타자들의 집중력이 아쉬웠다는 이야기다. 중심타자 김현수와 김동주의 득점권 타율이 각각 3할2푼4리, 3할1푼6리로 최근 들어 높아지는 추세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된 득점찬스를 맞이하는 경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톱타자 이종욱이 8일 간의 간격을 두고 두 경기 연속 3안타를 기록 중인 점과 오재원이 2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볼넷 2개를 얻어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 이전 타순을 지키는 이원석-정수빈 듀오가 얼마나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였는지는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수빈은 공격에서 두 차례 아쉬운 모습 외에도 3회말 문규현의 2루타성 타구를 다음 지점 예측이 아닌 그저 공만 따라가는 안일한 수비로 3루타를 만들어주는 집중력 상실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올 시즌 정수빈만의 문제가 아닌 팀 내 전체적인 돌림병과도 같았다. 이 모습이 이어지면 결과는 '패배 의식 고착화'로 이어지게 마련. 지난해 16연패 수렁에 빠졌던 KIA가 그러했고 8년 째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던 LG도 그랬다.
 
이전에도 그렇고 올 시즌에도 선수들은 자신들의 잔부상을 견디고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인 이상 '저지를 수도 있는 실수'가 연속되면 결국 팀의 안 좋은 모습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 실수가 거듭되는 사이 두산의 '4강 가시권'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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