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속 분전' 두산 윤석민의 재발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7.31 07: 35

감독 교체 속에 어렵게 잡았던 선발 출장 기회를 잃었던 선수. 이번에도 선발 라인업이 아닌 교체 출장으로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추격 발판을 마련하며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줬다. 두산 베어스 8년차 내야수 윤석민(26)의 분전은 의미가 있었다.
 
윤석민은 지난 30일 사직 롯데전서 이원석을 대신해 교체출장, 7회 좌월 솔로포 포함 3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팀은 비록 6-8로 패했으나 추격의 불씨를 다시 피웠던 활약이었다.

 
5회 첫 타석서 행운의 투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한 윤석민은 김현수의 우전 안타에 홈을 밟았다. 7회 좌월 솔로포로 데뷔 두 번째이자 첫 원정경기 아치를 쏘아올린 윤석민은 8회서도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이종욱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종욱은 우익수 방면 1타점 2루타로 윤석민의 세 번째 안타를 헛되이 하지 않았다. 윤석민의 올 시즌 성적은 45경기 3할2푼3리 2홈런 9타점.(30일 현재)
 
2004년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2차 3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던 윤석민은 밀어쳐서도 좋은 타구를 때려낸다는 점을 인정받아 팀 내에서 '제2의 김동주'로 불렸다. 그러나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지난 7시즌을 암흑 속에서 지냈던 윤석민은 지난 6월 초순 기회를 얻는 듯 했다.
 
김경문 전 감독은 6월에 들어서며 윤석민에 대해 "원석이의 페이스가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석민이도 열심히 했다. 앞으로 석민이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라며 비로소 믿음을 비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6월 13일 김경문 감독의 중도사퇴로 윤석민의 신변에도 변화가 왔다.
 
지휘봉을 잡은 김광수 감독대행은 수비력에서 열세인 윤석민보다 이원석을 좀 더 중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원석은 윤석민보다 1년 후배지만 1군 경력이나 수비력에서 우위를 갖추고 있었다. 수비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던 윤석민은 그렇게 대타 요원으로 벤치에서 다시 칼을 갈아야했다.
 
출장 기회가 갑자기 줄어들어 아쉽지 않은지 묻자 윤석민은 "선수의 출장 기회 부여는 감독님의 고유 권한이니 제가 어찌할 도리가 없지요. 그래도 예년에 비해 1군에서 족적을 남겼으니 연봉은 조금 더 오르지 않을까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윤석민의 올 시즌 연봉은 2400만원으로 정식 등록 선수로는 최저 기본 연봉이다.
 
지극히 줄어든 출장 기회 속에서 칼을 갈다 1경기 3안타를 몰아친 윤석민. 그는 오른손 타자지만 우투 상대 4할1푼5리(41타수 17안타)로 고타율을 자랑한다. 2008년 LG에서 잠시 두각을 나타냈다가 좌투 상대 대타로 저조한 성적을 올린 뒤 최근 SK에서 다시 제 실력을 발휘 중인 안치용과 마찬가지로 윤석민 또한 상식을 깨는 타자로서 활용도가 충분하다.
 
과거의 두산은 예상치 못했던 선수들의 분전 속에 전문가들의 평을 뒤집고 더 높은 성적을 올리던 팀이다. 그 속에는 저마다 색깔이 다른 선수들의 경쟁 구도가 확실히 정립되어 있었다. 선수들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느라 죽을 맛이지만 팀을 꾸리는 입장에서는 여러 카드를 돌려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미 병역을 해결한, 어느덧 8년차가 된 내야수 윤석민은 출장 기회 자체에 목이 마른 선수다. 다시 어렵게 잡은 기회를 제대로 살려낸 윤석민이 두산의 남은 시즌 히든카드이자 훗날 또 다른 경쟁 구도의 선두주자로 설 수 있을 것인가. 해답은 그의 방망이와 글러브에 달려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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