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고든 효과인가.
지난 30일 대전구장. 경기 전 SK 외국인 투수 게리 글로버(35)가 불펜피칭을 하면서 김상진 투수코치와 이런저런 이야기에 한창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SK 구단 관계자는 "글로버가 불펜피칭하면서 저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평소 말이 많지 않은 글로버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스스로 무언가 부족한 부분을 찾고 고치려는 모습이었다.
글로버는 지난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7피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2회까지 SK 타선이 4득점을 지원했지만 2~3회 1실점, 5회 2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이대호-홍성흔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강판당했다. 구원투수들이 실점으로 연결시키지 않은 덕에 패전을 면할 수 있었다. 최근 4경기만 놓고 보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3.79. 퀄리티 스타트는 한 차례밖에 작성하지 못했다. 시즌 전체 성적이 7승2패 평균자책점 3.09에 퀄리티 스타트 11회라는 것을 감안하면 페이스가 한풀 꺾였다.

글로버는 올해 SK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글로버가 없었으면 올해 SK는 문을 닫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SK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하다. 그러나 6월말부터 그답지 않게 기복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SK 역시 글로버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순위가 내려앉았다.
글로버 스스로도 답답함을 느꼈는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고든(33)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짐 매그레인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이달 중순 SK에 합류한 고든은 지난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3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기록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좋은 투구내용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글로버가 자극받은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버가 불펜피칭을 한 것도 고든이 승리한 다음날이었다. SK로서는 또 다른 '고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선수들은 같은 팀이라도 묘한 경쟁심을 갖고 있다. 특히 글로버처럼 한국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 하기를 희망하는 선수들은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고든이라는 좋은 동료의 가세가 글로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나아가 SK 팀 전체에는 또 어떤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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