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과 야왕이 약속이라도 한 듯 차례로 심판 판정에 항의했다. 팽팽한 신경전이었다.
시작은 SK 김성근 감독이었다. 4회말 무사 1루에서 SK 좌완 투수 박희수가 카림 가르시아를 상대로 3구째를 던지는 과정에서 1루심 문승훈 심판원이 보크를 지적했다. 3루 덕아웃에 앉아있던 김성근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1루까지 걸어나왔다. 이어 다리를 들어 보크 시늉을 내며 문승훈 심판원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문 심판원은 박희수의 오른발이 1루 쪽이 아닌 투수 쪽으로 향한 상태였기 때문에 보크라고 주장하며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김 감독에 이어 한화 한대화 감독도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5회 2사 1루에서 SK 이호준의 좌익선상으로 빠진 2루타 때문이었다. 이호준의 2루타는 내야에서 크게 바운드된 뒤 한화 3루수 이여상의 키를 넘어 외야 파울라인 밖으로 떨어졌다. 한 감독은 3루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3루심 윤상원 심판원에게 항의했다. 지난 30일 대전 SK전에서도 한 감독은 5회 최동수의 좌익선상 2루타에 대해서도 항의한 바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한 감독의 항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타구가 내야 그라운드에서 바운드된 뒤 외야로 갈 때 3루 베이스 안에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SK는 김 감독의 항의 후 박희수가 실점없이 잘 막아낸 반면 한화는 한 감독의 항의후 득점권 위기를 맞은 투수 마일영이 박정권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SK에게는 3-1에서 5-1로 달아나는 결정타였지만 한화에게는 뼈아픈 치명타였다.
1980년대 OB와 1990년대 쌍방울에서 감독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으나 악연으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과 한대화 감독이 나란히 1이닝 간격으로 심판 판정에 항의한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은 한화측 덕아웃 앞 1루까지 걸어나가 항의했고, 한 감독도 SK측 덕아웃 앞 3루까지 나아가서 항의했다. 어디까지나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였지만 벤치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느껴진 대목.
경기 내용도 치열했다. 김 감독과 한 감독 모두 선발 전병두와 장민제를 각각 3이닝·2⅔이닝 만에 강판시키는 등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승부수를 던졌다. 각각 정우람과 박정진이라는 필승카드를 꺼내들며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SK의 5-2 승리. 하지만 승패를 떠나 두 감독의 팽팽한 벤치 대결만으로도 뜨거운 불꽃이 튀긴 한판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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