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평소처럼 시크한 목소리가 살짝 지워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도 느껴졌다. 넥센에서 LG로 트레이드 된 김성현(22)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넥센은 31일 밤 9시가 넘어 송신영과 김성현 두 명의 우완 투수를 LG에 내주고 우완 심수창과 내야수 박병호를 받는 2 대 2 트레이드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김성현은 이날 광주 KIA전을 마친 직후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직접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다. 마침 이날 선발로 나선 김성현은 6이닝 동안 4피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으로 3실점, 시즌 3승째를 거뒀다. 85일만의 승리였다.
좋은 기분을 만끽하던 김성현은 송신영에게 트레이드 소식을 전해들었다. 김성현은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고 웃었다. 그런데 바로 감독님이 부르셨다"면서 "뭔가 좀 이상하다. 찡하면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든다. 씁쓸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밥을 먹는데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성현에게 넥센은 각별했다. 2008년 현대에 2차 1순위로 지명됐지만 갖은 산고를 겪으며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주위에서는 현대와 넥센을 비교했지만 정작 김성현에게는 첫 팀이었다. 지명은 현대에서 받고 넥센 유니폼을 입은 첫 선수였다.
4년차 김성현은 올해 첫 붙박이 선발로 활약하고 있다. 16경기에 나와 3승 5패 5.3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다소 기복이 있는 피칭을 보였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하면서 제 페이스를 찾고 있었다. 작년 7승(8패) 평균자책점 4.90으로 희망을 보여줘 잠재력이 가득찬 유망주였다.
김성현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린 후 "감독님과 코치님, 선배님들 넥센 식구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내겐 첫 프로팀이면서 각별한 팀이었다. 아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새로운 팀 LG에서의 각오도 새롭게 다졌다.
"가서 팀에 민폐나 끼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는 김성현은 "그래도 보탬이 되고 싶다"면서 "LG는 지금 선발감이 꽉 차 있다.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 같다. 주어진 임무를 해야 하지 않겠나"고 살짝 걱정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경쟁"이라는 김성현은 "가서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나. 지금까지 열심히 했지만 앞으로는 독하게 하겠다"면서 "독해진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친정팀'과 함께 대구행 버스에 탄 김성현은 "대구에 가서 동료들과 맥주나 한잔 해야겠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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