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하루…LG, 가을잔치행 승부수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8.01 07: 16

LG 트윈스가 '7월 31일 대이동'을 통해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한 마디로 4강 진출을 위해 '올인'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31일 오후 LG 잠실 구단 사무실을 찾았을 때 첫 느낌은 "다른 때와 달리 조금은 분주한데…"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오후 2시를 넘어 백순길 단장을 비롯해 김진철 운영팀장, 나도현 과장은 사무실 내 회의실을 계속 들락날락했다. 중간중간에는 박종훈 감독이 있는 감독실을 찾아갔다. 무언가 준비를 한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7월 31일은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일이었다. LG는 이미 지난 7월 11일 한화와 1대2 트레이드로 김광수를 보내고 유원상과 양승진을 데려왔기 때문에 혹시 또 누군가를 데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그러나 일단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는 오후 3시를 넘어 우천으로 순연됐다. KBO의 순연 발표 20분 후 LG는 "김기태 2군 감독을 1군 수석 코치로 불러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후 잠잠했던 LG는 밤 9시를 넘겨 트레이드 마감시간 3시간여를 남겨두고 넥센과 2대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우완 선발투수 심수창과 내야수 박병호를 내주고 불펜투수 송신영과 우완 영건 김성현을 데려왔다.
사무실 분위기처럼 두 가지 커다란 일이 연속해서 일어난 것이다. LG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빼든 두 가지 카드는 분위기쇄신과 전력보강이었다.
▲'카리스마' 김기태 수석코치로 분위기 쇄신
먼저 LG는 김기태 2군 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올리고 김영직 코치는 2군 감독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LG 감독실에서 만난 박종훈(52) 감독은 "작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것으로 보면 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는 과정에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오늘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사실 LG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시즌 초 연승 행진을 달리며 5월까지 꾸준히 2위 자리를 지켰던 LG는 오지환, 이대형, 이택근, 이진영, 박경수 등 주전 야수들의 잇단 부상에 시름하며 6월부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마지막 3연전을 모두 역전패를 당하며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30일 잠실 삼성전에서 모처럼만에 장단 13안타가 폭발하며 타자들이 힘을 냈으나 경기 중반 9-1로 앞서 나가면서도 불안한 기운이 있었다. 10-5로 승리를 거두며 4연패에서 벗어났지만 이걸로는 부족함이 있었다.
박종훈 감독도 "최근에 다시 팀 분위기가 회복하는 단계지만 선수들이 더 활기차게 하는 바람에서 김기태 2군 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올렸다"고 말한 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기태 수석코치는 지난 2006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2006년)와 요미우리 자이언츠(2007~2009년)의 2군 타격 코치와 감독 생활을 접고 지난 2009년 11월 LG 퓨처스 감독으로 취임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타격왕(1997년)과 홈런왕(1994년)을 수상한 것처럼 때로는 매섭고, 때로는 파워 넘치는 모습이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반면에 선수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 받는 특유의 친화력이 그의 장점이다. 코칭 스태프 분위기 반전 카드로서는 적절한 카드였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불안한 불펜' 송신영 영입으로 전력 보강
LG의 비밀 프로젝트는 밤 9시를 넘겨 또 다시 터졌다. LG는 3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넥센-KIA전이 끝나고 나자 곧바로 "우완 불펜투수 송신영, 우완 선발 김성현을 영입한 대신 우완 선발 심수창과 내야수 박병호를 내준다"고 발표했다.
LG는 시즌 초 마무리 투수로 맡겼던 김광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한화로 보낸 데 이어 또 다른 후보였던 이동현의 구위가 살아나지 않자 넥센에서 송신영을 데려와 마무리 임무를 맡길 계획을 세웠다.
박종훈 "트레이드는 어렵다. 여러 카드를 맞춰보다 송신영을 데려오게 됐다"면서 "송신영은 중간이든, 마무리든 어디서든지 잘 해줬으면 좋겠다"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무리라고 고정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마무리나 다름없다.
송신영은 우완 정통파로 올 시즌 초반 넥센 손승락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 마무리 투수로 맹활약했다. 송승락 복귀 후에는 셋업맨으로 나서 필승조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LG는 불펜 강화를 위해서 셋업맨 역할 또는 마무리까지 가능한 송신영을 데려 오면서 불펜의 축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송신영은 올 시즌 3승1패 9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 중이며, 프로 통산 11년 동안 530경기에 등판해 46승37패 35세이브 58홀드를 마크하고 있다. 물론 오승환과 손승락에 비해 마무리투수로 무게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LG 불펜 전력을 끌어 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LG는 7월 31일 하루 동안 큰 일을 2가지나 결정했다. 박종훈 감독은 "모든 일은 지금이 아니라 후에 판단해야 한다"는 말을 통해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강한 열망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1일 현재 42승42패를 기록중인 LG는 42승3무42패가 된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공동 4위가 됐다. 49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LG. 31일 대이동이 정규시즌 종료 후 어떤 결과로 마무리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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