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은 그래도 끝까지 끌고 가는 편이다. 그러나 손에서 공을 일찍 놓는다. 전혀 이 점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나아지나 했더니 한 달 넘게 다시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별다른 족적이 없음에도 자기 욕심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보완점이 필요합니다. 두산 베어스의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29)의 이야기입니다.

페르난도는 지난 7월 31일 사직 롯데전서 선발로 나섰으나 6이닝 10피안타(2피홈런) 6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5패(2승, 1일 현재)째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6월 28일 넥센전서 5이닝 4피안타 3실점 승리를 거둔 이후 한 달 넘게 승리 없이 3패만 떠안았네요.
지난 4월 하순 라몬 라미레즈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국 땅을 밟은 페르난도는 13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7.00을 기록 중입니다. 6월 14일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로 바뀐 후 성적은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5.49. 평균자책점이 약간 낮아지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직구 구위나 구속만큼은 나무랄 데 없는 투수가 페르난도입니다. 최고 155km에 이르는 직구를 거침없이 우겨넣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왔으니까요. 구속 공식 계측 상 이는 레다메스 리즈(LG)에 이어 올 시즌 8개 구단 투수들 중 2번째로 빠른 공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타자가 어려워하는 코스로 날아들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한 수도권 구단에서 오랜 기간 전력분석을 담당했던 야구인은 페르난도의 투구를 면밀히 지켜본 뒤 그의 릴리스포인트를 지적했습니다.
"롯데전 맞상대였던 크리스 부첵에 비해 오른발은 끝까지 내딛는 편이다. 그러나 공을 다른 투수들에 비해 앞으로 끌고 나오지 못하고 얼굴과 지면의 수직선상에서 공을 놓는다. 당연히 공이 높게 제구될 수 밖에 없다".
하체를 이용하지 못하고 공을 일찍 놓아 상체 투구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공을 일찍 놓을 경우 공이 높게 날아가거나 슬라이스 되어 생각지 못한 코스로 날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야구인은 "동양 야구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외국인 투수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다. 예전 다니엘 리오스(전 KIA-두산)를 보면 공을 끝까지 끌고 나오고 뒤로 향하는 오른발 끝이 손에서 공이 떠날 때까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체를 이용하며 제구까지 겸비한 투구가 펼쳐졌다는 증거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국내 투수들은 손에서 공을 놓는 순간까지 손의 반대로 향하는 발(우완의 경우 오른발, 좌완의 경우 왼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야 바람직한 투구가 된다는 이론으로 배워 온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하체를 이용한 투구입니다.
그러나 페르난도의 경우는 여전히 상체 힘에 의존하는 미국 스타일의 투구를 펼친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두산 합류 후 한동안은 "포수의 리드를 따르지 않고 자기 고집을 부린다"라는 이야기까지 흉흉했습니다. 제2의 변화구인 체인지업의 움직임도 들쑥날쑥한 만큼 공략도가 상대적으로 다른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한국 입국 초반보다는 주변의 의견을 수렴 중인 페르난도. 그러나 아직 100% 수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가뜩이나 외국인 선수 시장이 척박한 상황에서 투자를 통해 데려온 선수입니다만 결과는 실망스럽네요.
한 구단 관계자는 페르난도에 대해 "아이 같다"라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아이들은 순진무구한 반면 대체로 자기 고집이 센 경우가 많습니다. 페르난도가 조금 더 외국인 투수다운 면모를 보여주려면 더욱 열린 사고방식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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