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인턴기자] 얼마전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투수 브랜든 나이트(36)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타자들의 홈런 세리머니는 메이저리그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이트가 언급한 '홈런 세리머니'로 인한 빈볼시비가 메이저리그에서 나왔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1일(한국시간) 코메리카파크에서 벌어진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의 8이닝 9탈삼진 1피안타 2실점 호투에 힘입어 3-2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디트로이트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15승5패 평균자책점 2.24)와 에인절스 제레드 위버(14승5패 평균자책점 1.88)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날 경기는 예상대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디트로이트 선발 벌랜더는 7회까지 안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고 에인절스 선발 위버 역시 3회 매글리오 오도네스에게 투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6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호투하고 있었다.

빈볼 시비는 7회 벌어졌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디트로이트 7번타자 카를로스 기옌이 위버의 92마일(시속 148km)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그대로 잡아당겨 달아나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이때 기옌은 홈런을 직감하자 한동안 타석에서 날아가는 공을 감상했고 이어 마운드에 있던 위버를 바라보며 천천히 1루로 뛰기 시작했다. 그라운드가 과열된 것을 느낀 주심 헌터 웨델스테드는 양 팀 덕아웃에 경고를 했다.
그러나 위버는 곧바로 다음 타자 알렉스 아밀라의 머리 쪽으로 공을 던졌고 주심은 즉시 위버에게 퇴장을 명했다. 아밀라 역시 위협구가 날아올 것을 예상한 듯 위버가 공을 던지는 즉시 고개를 숙여 피했고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에인절스는 8회 '불문율'을 깨며 양 팀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8회까지 벌랜더에게 노히트로 꽁꽁 묶여있던 에인절스는 선두타자 에릭 아이바가 초구에 기습번트를 대고 벌랜더의 악송구를 틈타 2루까지 진루했다. 메이저리그에선 보통 상대투수가 퍼펙트나 노히트 등 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때 기습번트 등으로 기록을 깨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렇지만 빈볼시비로 에이스가 퇴장당한 에인절스는 주저하지 않고 벌랜더의 노히트를 막는 쪽을 택했다.
결국 에인절스는 야수선택과 메이서 이스투리스의 팀 첫 안타를 묶어 두 점을 따라가며 2-3으로 한 점차까지 따라갔다. 그러자 디트로이트는 9회 벌랜더를 내리고 호세 발베르데를 올려 경기를 그대로 마무리 지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옌는 "내가 홈런을 친 뒤 그렇게 투수를 쳐다본 행동을 한 것은 처음이다"라면서 "그렇게 행동한 것은 위버가 3회 팀 동료인 오도네스에게 무례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 동료이며 우리는 한 팀이다"라고 항변했다.
3회 위버는 오도네스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은 이후 베이스를 도는 속도가 느리다고 오도네스에게 직접 항의했다. 이때 오도네스는 "난 나이가 들어서 빨리 못 뛰고 이게 가장 빠르게 뛴 것이다"고 답해 양 팀 신경전의 불씨가 지펴졌다.
위버는 이에 "난 홈런을 맞고 난 뒤 홈플레이트에 그렇게 오래 머물러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난 누굴 맞추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늘 기옌은 그 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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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