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남은 임기에 꼭 필요해 바꿨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8.01 19: 43

"감독 인생이 걸린 3년이 될 것이다".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LG와의 2 대 2 트레이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담담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설명에 나섰다. 여기에는 넥센과 3년 계약을 연장, 2014년까지 확고한 입지를 다진 데 따른 자신감과 부담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31일 넥센 구단은 송신영(34)과 김성현(22)을 LG 트윈스로 보내는 대신 심수창(30)과 박병호(25)를 데려오는 2 대 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하지만 중간과 마무리까지 소화할 수 있는 베테랑 송신영과 선발로 제 빛을 조금씩 발하기 시작한 영건 김성현을 내준 데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송신영은 13년 동안 한 팀에서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에 반해 데려온 심수창은 2년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7연패에 빠져 있는 투수였고 박병호는 통산 1할대 타율에 불과한 거포 유망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타자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넥센 구단과 코칭스태프로 직접 향했다. 무엇보다 넥센 구단이 남겼던 좋지 않은 현금 트레이드의 선례가 오버랩 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담담했다. 모든 것이 자신이 결정한 것이며 이번 트레이드가 자신의 감독생활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트레이드는 내가 원한 것"
김 감독은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고 구단과 충분하게 상의를 한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원해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은 송신영, 김성현을 준 것이 아까울지 모르지만 앞으로 3년을 내다보면 다른 문제"라고 말한 그는 "문성현, 강윤구, 김영민 등 유망주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가능성만 가지고는 힘들다. 또 우리는 방망이도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또 "선수를 보낼 때는 내 가슴도 아프다"고 잠시 한숨을 내쉰 그지만 이내 "3년 이후 감독 생활이 연장될지 지금에 달려 있다. 이제부터 변해야 한다. 지금 멤버로는 녹록치 않다. 뭔가 시도를 해봐야 한다"면서 고뇌를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 3년이 감독 인생의 끝일 수도 있다. 그 이후에 감독생활을 더 연장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이제 도전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꼴찌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 그는 "이른감이 있지만 팀이 새로워져야 한다. 구단과 충분히 상의해서 내린 결론"이라면서 "내년과 내후년을 그려볼 때 필요한 부분이 있다. 지금 멤버로는 힘들다. 팀(성적)이 점점 올라가야 할 것을 감안할 때 필요한 트레이드였다"고 이번 트레이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병호 5번-심수창 선발
김 감독은 "일부에서 볼 때 당장을 보고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한다"고 씁쓸해 한 후 "하지만 구단에 내가 직접 박병호를 잡아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팀 방망이를 가지고는 다음 3년 임기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박병호는 김 감독이 오래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자주 이름을 올렸던 타자였다. 타고난 힘을 갖춘 만큼 새로운 환경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심수창 역시 최근 2년 동안 승리가 없지만 선발 투수로서 충분한 자질을 보유했다고 확신했다.
"내년에 그려볼 수 있는 것을 올해 모두 다 시도해 볼 생각"이라는 김 감독은 "박병호는 앞으로 우리팀이 5번 타자 자리를 맡길 것"이라며 "꾸준하게 기용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선발로 쓸 것이다. 중간이라면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심수창에 대해서도 "그동안 승리가 없었던 것은 뭔가 잘맞지 않아 그런 것일 수 있다"면서 "팀이 바뀌면 잘할 수도 있다. 군대, 나이를 떠나 능력치는 분명 갖고 있는 투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내년부터는 우리팀이 분명 월등하게 나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감독 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는 김 감독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종전 구단 주도와는 180도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더구나 이제부터 시작될 넥센 선수단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재해석될 여지를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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