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진이 KIA-LG팬들에게 드리는 인사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8.02 07: 00

'오뚝이' 이대진(37)이 지난달 30일 웨이버 양도를 통해 KIA 타이거즈에서 LG 트윈스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무엇보다 이대진은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레전드급이었다. 지난 1993년 해태에 입단한 이후 19년 동안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를 지킨 이대진은 통산 281경기, 100승 73패 22세이브, 방어율 3.54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9년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어깨부상을 당한 이후 8년동안 재활을 거듭했고 올 시즌 초반 잠시 1군에 머물렀지만 한기주, 김진우 등이 복귀하면서 1군 등판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 KIA 구단은 그가 KIA에서 은퇴하길 바랬지만 이대진은 여전히 현역 생활을 꿈꾸며 웨이버를 통해 LG맨이 됐다.

그의 행동에 많은 타이거즈팬들은 놀랐다. 이대진은 이종범과 함께 타이거즈를 상징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그가 타이거즈가 아닌 다른 팀에서 뛰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LG팬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이대진은 전성기 시절 붙같은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LG전에서 맘껏 뽐내며 LG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19년 동안 적과 같은 선수가 하루 아침에 동료가 됐다.
"워낙 갑자기 일어난 일이어서 KIA와 LG팬들에게 별다른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던 이대진. 그는 "나 역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말하면서 지난 19년간 함께했던 KIA팬들, 더불어 새로운 LG팬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대진, "KIA팬들에게 응원해달라는 말도 못 하겠다"
지난 주말 LG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대진은 KIA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하자 "많이 감사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자신이 등판할 때마다, 재활을 할 때에도 응원해줬던 팬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대진은 "KIA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팬들의 응원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KIA에서 마무리하고 싶었기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말한 뒤 "결코 내 욕심만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대진은 "이제 다른 팀 유니폼을 입어 응원해 달라는 말도 못하겠다. 계속해서 응원해 주실 분도 있을 것이고, 나에게 배신감을 느끼신 팬들도 계실 것"이라면서 "이제는 타팀에서 소신껏 야구를 하고 싶다. 야구 선수 이대진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대진, "LG팬들 성원에 보답하겠다"
먼저 이대진은 "LG 유니폼을 입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한 뒤 "아마 LG팬들께서는 나에 대해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계실 것 같다"며 진중한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LG 유니폼을 입은 만큼 후회없이 열심히 하고 싶다. 현재 내가 LG를 4강에 진출시키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나 역시도 상당히 조심스럽다"면서도 "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고, 좋은 결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대진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퓨처스 경기에서 불펜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26개를 던지며 1피안타 1탈삼진을 기록하며 LG 선수로서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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