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군, 너 체력이 안 좋은거 아녀?"
한화 한대화 감독이 덕아웃을 지나가던 5년차 우완 투수 김혁민(24)을 불러세웠다. 한 감독은 "요즘 체력이 안 좋아 보인다. 원래 안 좋은건가. 체력 관리에 신경을 좀 써라"고 지적했다. 한 감독은 "아무래도 풀타임 선발 시즌이 거의 처음이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볼끝을 회복하지 못하면 힘들 수밖에 없다. 지금 선발 중에서 자리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김혁민이 2일 대전 롯데전에 선발등판한다.
사실 김혁민은 올해 전력외로 분류된 선수였다. 지난해 어깨 통증으로 일찍 시즌을 접었고 재활에 오랜 시간을 보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인상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2군에서 집중조련을 받고, 5월부터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깜짝 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5월 6경기에서 2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43으로 맹활약했다. 한대화 감독은 "덕분에 나머지 투수들이 자극받았다"며 김혁민 효과를 설명했다.

그러나 6월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6.17로 주춤하더니 7월 5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7.50으로 부진했다. 5월 이후로만 따지면 9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6.75. 지난 6월11일 사직 롯데전 이후 7경기째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퀄리티 스타트도 한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것만 3차례나 된다. 5월의 가파른 성장세를 떠올리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
한 감독 지적대로 체력적인 부분이 요인이다. 한 감독은 "초반에 잘 던지다 중반에 고전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김혁민은 1~3회에는 피안타율이 2할5푼밖에 되지 않으며 피홈런도 4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4~6회에는 피안타율이 2할9푼4리로 치솟았고 피홈런도 8개로 두 배가 증가했다. 포크볼을 제외하면 확실한 변화구가 없기 때문에 타순이 한 바퀴 돌면 타자들의 눈에 익는다. 볼끝에 힘이 떨어지면 맞을 수밖에 없다.
5월 깜짝 활약으로 이미지를 상쇄시켰지만 여전히 "김혁민은 불안정하다"는 평가가 현장에 남아있다. 한대화 감독도 적절한 시점에서 김혁민을 자극했다. 안승민이 시즌 초반 안정감을 되찾고, 양훈도 기복은 있지만 좋을 때에는 에이스급 피칭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번주 에이스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하고, 구위가 살아난 유창식도 선발 진입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여러가지 상황상 김혁민이 뭔가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올스타 휴식기와 우천 연기로 체력적인 힘을 비축했지만 상대해야 할 롯데 타선이 전체적으로 물 올라있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과연 김혁민이 8월 첫 경기에서 5월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시즌 전과 지금 김혁민에 대한 기대치는 달라졌다. 이제는 꾸준히 잘해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