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심사 기준이 바뀌고 있다?
인기 밴드 자우림이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경연 합류 첫회에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임재범, 옥주현, 김조한에 이어 자우림도 첫 경연 1위 기록을 세우게 됐다. 첫 경연 1위는 화제를 몰고 다니는 '나가수'에 가장 화려하게 입성하는 방법으로, 첫 경연 1위를 차지한 가수들은 방송이 나간 후 언론과 블로거 등에 의해 음악을 재조명 받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재조명의 초점은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나가수'가 초기의 절박함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5월 첫 등장과 동시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임재범의 키워드는 절박한 드라마였다. 임재범은 대체 불가능한 독특한 목소리와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카리스마로 첫 무대인 '너를 위해'부터 관객을 강력하게 끌어당겼다.
이후 임재범이 생활고 등을 고백하며 진솔하게 다가서자, 그의 드라마는 더욱 강력해졌다. 관객은 치장이 많이 된 '빈잔'의 무대보다, 임재범이 눈물로 호소한 '여러분'에 더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옥주현의 첫 경연 역시 절박한 드라마 그 자체였다. 옥주현이 '나가수' 합류를 확정짓기도 전에 많은 네티즌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관객들은 첫 무대에 올라 잔뜩 긴장한 채 이승환의 '천일동안'을 부르는 옥주현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다. 기존 가수들과 달리 뮤지컬과 같은 분위기로 곡을 더 드라마틱하게 만든 옥주현의 무대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후 '나가수'는 최근들어,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에 더 큰 호응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김조한과 자우림의 첫 경연 1위가 이를 입증한다.
김조한은 비장하기까지한 '나가수' 무대에 올라, 전혀 긴장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으로 기존 가수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가 첫 무대에서 부른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는 널리 알려진 히트곡. 더욱이 발라드를 리듬감 있게 편곡하면서 많은 관객들이 따라부르고 즐길 수 있는 무대로 만들었다.
자우림도 특유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관객 참여를 조화시켜 1위를 차지했다. 방송에서는 편집됐지만 첫 미션곡 '고래사냥'의 클라이막스 직전에 관객들이 직접 노래를 하고 화음을 넣도록 하고, 거기에 김윤아의 파워풀한 보컬이 더해지게 만든 것. 김윤아는 몇차례 음이탈이 일어났음에도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다. 김윤아만의 저돌적인 카리스마 자체가 '나가수'에 있어 신선하기도 했을 뿐더러, 관객들이 함께 즐겼다는 점에서 뜨거운 호응이 잇따랐다.
관객과 호흡이 잘 맞았던 윤도현과 김범수가 어쿠스틱, 아카펠라, 가창력에만 집중했을 땐 예전과 같은 높은 순위를 받지 못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이는 이후 합류하는 가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 김조한, 자우림 등 최근 합류한 가수들이 모두 '첫 경연 1위'에 성공함에 따라 이후에 합류한 가수들은 첫 경연 성적에 보다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안정적으로 무대 순서 뒷 번호를 부여받는데다 가장 신선하게 느껴질 때인 첫 경연에서 성적이 안좋다면, 이후에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바비킴 등 오는 중순에 새로 합류할 가수들이 이같은 흐름을 이어받아 첫 경연에서 신나는 곡으로 승부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정반대의 정면승부를 걸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초기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가수의 한 관계자는 "'나가수'가 화려한 퍼포먼스와 가창력 대결 일색으로 나아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대 매너가 더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되는 것 같다"면서 "계속 바뀌는 분위기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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