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사이드암' 김창훈의 '거울 학습'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02 17: 34

"요즘은 TV 화면을 거울에 비춰봐요".
 
희귀한 좌완 사이드암. 이를 시험한 투수들도 있었으나 저마다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제구와 무브먼트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실험이었으나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며 실패했기 때문. 2004년 고교 최대어 중 한 명이던 좌완 김창훈(26. 두산 베어스)이 그 시험대에 올랐다.

 
2004년 천안 북일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창훈은 고교 2학년 시절부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 해 청소년 선수권에서도 김창훈은 주력 투수로 뛰었다. 그 이면에서 혹사를 견뎠고 결국 데뷔 후 어깨와 팔꿈치를 잇달아 수술하며 투수 생명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팀의 계약금 최고기록(4억2000만원)을 세웠던 최대어 답지 않았다.
 
2009년 11월 선배 조규수와 함께 유격수 이대수의 반대 급부로 두산에 새 둥지를 튼 김창훈. 지난해 막판 9경기 평균자책점 3.52로 가능성을 비췄으나 올 시즌 4경기 평균자책점 6.75(1일 현재)로 부진했던 그는 2군으로 내려가 팔 각도를 낮추는 시험대에 올랐다.
 
2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왼 손등 타박상을 입은 이혜천을 대신에 1군에 복귀한 김창훈. 그를 만난 양상문 MBC LIFE 해설위원은 "나도 청보 시절에 왼손 타자를 상대로 사이드로 던졌었다. 톡톡히 재미를 봤었지"라며 김창훈의 도전을 간접적으로 응원했다. 그러나 타자를 가리지 않고 사이드스로로 던진 좌완은 재미를 못 본 전례가 많다.
 
현재 한화에 속해 있는 대전고 출신 좌완 김재현은 2007년 LG 시절 팔 각도를 내리고 사이드스로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별 무 소용으로 방출되고 말았다. 김창훈의 고교 선배이자 팀 동료였던 지승민 또한 사이드암 변신을 꾀했으나 지난 시즌 후 방출되었다. 구속이 빠르지 않은 좌완들이 사이드스로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제구와 구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내고 말았다.
 
김창훈의 현재 상황은 성공 가능성과 위험 가능성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최고 137~140km으로 팔을 내리기 전과 구속 차이가 없는 김창훈이지만 제구가 마음같지 않다. 2군 측에서도 사이드암 김창훈에 대해 "공이 원하는 대로 날아가지 않는 편이다"라며 제구력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2군서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김창훈은 제구 난조를 인정하면서도 나아진 장점에 더 주목하고자 했다. 좌완 언더스로인 마이크 마이어스(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양키스 시절 투구폼을 본 김창훈은 김진욱 불펜 코치의 조언 아래 모험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저도 언더스로로 던졌는데 진짜 그건 잘 안 되더라구요. 왼손 와타나베 슌스케(지바 롯데)가 되면 좋겠지요. 그러나 그건 안 되겠다 싶어서 각도를 올려 사이드로 던지고 있습니다. 2군에서 최고 140km도 나오고 아직은 고무적이에요".
 
마이어스도 경기 당 오래 던지지는 않는 릴리프 요원. 그만큼 비디오로도 표본을 찾아 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김창훈이 터득한 방법은 TV 화면을 거울로 비춰 보는 것. 자연스레 오른손 사이드암도 왼손으로 던지는 느낌이 나는 만큼 그 영상을 보면서 자신이 보완해야 할 부분을 익힐 수 있다.
 
"이것도 김 코치님께서 제안하신 거에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던지는 투수는 없는데 오른손으로 던지는 투수는 많으니까. 거울로 보면 손이 반대로 나오는 느낌이 나니 사이드암 투수가 어떤 폼으로 던질 때 좋은 공이 나오는 지 알 수 있잖아요. 집에 가서도 TV를 거울로 비춰보고 있습니다".
 
한화 시절 김창훈은 혹사 후유증에 이은 두 차례 대 수술과 급격히 저하된 직구 구속으로 '투수도 아니다'라는 악평까지 들었었다. 4년 전 야구인생이 끝날 뻔 했던 위기 속 어머니마저 병마로 잃었던 김창훈은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는 눈빛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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