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부러운 '동갑내기' 한대화-양승호 감독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02 18: 22

"LG 잡아줄까?", "그럼, 내가 야왕바 한 박스 사줄게".
2일 대전구장. 한화와 롯데의 시즌 11차전 맞대결을 앞두고 한화 한대화 감독이 롯데 양승호 감독을 찾았다. 한 감독과 양 감독은 1960년생 동갑내기이자 79학번 동기생. 지난 1986년에는 서로 맞트레이드된 경력도 있다. 한 감독은 "양 감독은 꼭 내가 찾아가야 만나주더라. 내가 찾아가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았다. 때마침 롯데 선수단이 도착하자 한 감독이 1루에서 3루 덕아웃으로 이동해 양 감독을 만났다.
한 감독은 "우리가 LG 한 번 잡아줄까?"라며 농을 던졌다. 롯데와 LG가 공동 4위에 올라있는 가운데 한화는 주말 3연전에서 LG와 맞붙는다. 양 감독은 "그럼 내가 야왕바 한 박스 사줄게"라며 고마워했다. '야왕바'는 한대화 감독의 애칭 '야왕'에서 따온 아이스크림. 한 감독이 LG를 잡아주면 양 감독은 그것만큼 고마운 게 없다.

이어 양 감독도 "이번주 3승3패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주중 한화전이든 주말 삼성전이든 한 번만 2승1패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 감독은 "삼성한테 2승1패해라. 이번 3경기 잘 생각해보라"며 은근한 압박을 넣었다. 양 감독은 "그럼 LG를 잡아주겠지. 친구라는 게 뭔데"라며 껄껄 웃었다.
한 감독은 "너는 여기서고 내가 찾고, 사직에서도 내가 먼저 가야 만나냐"고 따졌다. 이에 양 감독은 "감히 야왕님한테…"라고 농을 던진 뒤 "내가 경기 전 유일하게 만나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시범경기에는 다들 만났지만 시즌 개막한 후에는 경기 전 다른팀 감독들을 만나지 않는다. 내 것하기 바쁜데 인사할 시간이 어디 있나. 나중에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면 되지"라고 설명했다.
물론 서로에 대한 부러움은 있다. 한 감독은 "난 하루라도 4위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기어이 4위 자리에 오른 양 감독에 대한 부러움. 그 소리를 들은 양 감독은 "나도 저런 여유를 좀 부리고 싶다"고 답했다. 비록 순위는 7위지만 기대이상 경기력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한 감독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서도 동갑내기 감독들의 경기 전 만남은 어느 때보다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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