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등판. 결과적으로 실패가 되고 말았다.
2일 대전구장. 경기 전 한화 한대화 감독은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의 선발 등판 날짜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한 감독은 "4일 대전 롯데전 또는 5일 잠실 LG전이 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불펜 대기는 없다. 이번주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 등판했다. 3-3으로 팽팽히 맞선 7회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류현진은 7회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박정진에 이어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6회부터 불펜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한 류현진은 7회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풀었고, 득점권 위기가 되자 긴급 호출됐다. 지난달 30~31일 대전 SK전에 이어 3경기 연속 구원등판. 류현진의 첫 상대는 이날 2안타를 터뜨린 손아섭이었다. 류현진은 손아섭을 4구째 125km 서클체인지업으로 2루수 뜬공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8회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이대호에게 5구째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다 좌중간 안타를 맞았고 이어 홍성흔에게 마찬가지로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다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7회에는 최고 145km 직구를 던졌지만, 8회에는 직구 구속이 138km밖에 나오지 않았다. 무사 1·2루에서 강민호를 상대로 1~2구 모두 볼을 던졌다. 그러자 한대화 감독과 정민철 투수코치 그리고 포수 신경현이 강판에 의견을 모았다.
총 투구수는 15개. 그 중 스트라이크는 8개에 불과할 정도로 제구가 좋지 않았다. 특히 8회 3타자에게 모두 초구로 볼을 던지며 불리하게 승부했다. 직구 8개와 서클체인지업 7개를 던졌다. 그러나 직구의 힘이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서클체인지업의 위력도 살아나지 않았다. 류현진이 남긴 주자는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어 등판한 마무리 투수 데니 바티스타가 강민호를 볼넷으로 보낸 것도 류현진의 볼넷이 됐다.
바티스타는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황재균에게 만루 홈런까지 맞고 무너졌다. 류현진의 실점은 3점으로 불어났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피안타 1볼넷으로 3실점. 시즌 7패(8승)째를 당한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도 3.66에서 3.91로 올라갔다. 한화로서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충격적인 패배. 류현진뿐만 아니라 바티스타까지 허무하게 무너져 허탈감이 두 배가 됐다. 승부로 과감하게 꺼내든 류현진 깜짝 카드가 뼈아픈 패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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