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하게 이기고 싶었다".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었던 순간에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리고 한달만에 자신도 팀도 귀중한 승리를 가져갔다. '광속 사이드암' LG 박현준(25)이 친정팀 SK를 상대로 시즌 11승 고지에 올랐다.
박현준은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⅔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으로 2실점(1자책)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전날 공동 4위였던 롯데가 한화를 상대로 승리, 자칫 5위로 내려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현준은 SK 타선을 무력화시키면서 5-4 역전승의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팀도 롯데와의 공동 4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고비는 있었다.
3-1로 앞선 5회말 1사 1루에서 김성근 SK 감독이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투구습관을 놓고 심판진에 항의했기 때문이다. 평소 로진을 손바닥에 묻힌 후 입김으로 불어내는 투구 전 버릇에 대해 '투수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아닌가'하는 것이 어필 내용이었다. 김 감독은 직접 박현준이 로진을 부는 시늉까지 직접 시연해보였다.
이에 박종철 주심은 '경기를 하는데 지장이 없으며 로진을 많이 묻히는 것보다 불어내거나 털어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심판진은 박현준에게 타자 쪽인 정면으로 로진을 불지 마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종훈 LG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왔다. '왜 선수의 투구 습관을 가지고 항의하냐'는 뜻을 심판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로 인해 3분 정도의 공백이 있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투수 입장에서는 자칫 리듬이 깨질 수도 있었다.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해 자칫 흐름을 빼앗길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지난 시즌 자신을 트레이드 하기도 했지만 2009년 2차 1순위로 SK에 입단한 후 가장 많은 애정을 줬던 김 감독이었다.
이에 박현준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유가 어떻게 됐던 정정당당하게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로진을) 타자 쪽으로 불지 않고 옆으로 불었다"며 의연하게 웃었다.
그러나 박현준은 그런 투구습관 지적에 대해 "SK 시절부터 해오던 것이었다. 그 전까지 누구도 그런 행동을 지적한 적이 없었다"면서 "솔직히 어필 내용을 듣고 오히려 '(안타를) 더 맞자'면서 던졌다. 승부욕이 더 생긴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곧바로 조동화에게 내야안타를 내줘 흔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치용을 2루수 플라이, 정상호를 1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워 스스로 헤쳐나왔다.
박현준은 이날 자신의 투구에 대해 "시즌 초반 좋았을 때 느낌 그대로"라며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또 "송신영 선배를 믿었다"고 웃었다. 지난달 9일 잠실 KIA전 이후 승리이자 후반기 첫 승이기도 했다.
한편 7회말 범한 보크 상황에 대해 아니라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던 박현준은 "숙소로 돌아가서 봤더니 보크가 맞더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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