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캠프 때 훈련해왔던 거에요."
'슈퍼소닉' LG 이대형(28)이 '유격수 앞 2루타'라는 진기명기를 펼쳐 보인 것에 대해 노력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3일 문학 SK전에 앞서 만난 이대형은 전날(2일) 보여준 진기록에 대한 취재진의 칭찬이 이어지자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사실 캠프 때 서용빈 코치님과 훈련해왔던 것"이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톱타자 이대형은 1회 SK 선발 글로버의 두 번째 투구에 기습번트를 감행했다. SK 3루수 최정은 이에 대비, 이미 전진수비를 펼치고 있었다. 최정은 타구가 배트에 맞을 시점에 빠르게 앞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타구는 최정의 글러브에 닿지 않은 채 빠르게 왼쪽 옆으로 지나가 버렸다.
볼은 내야를 지나 외야까지 데굴데굴 굴렀고 이를 본 이대형은 잠시 멈칫하는 기색 없이 2루까지 내달렸다. 유격수 박지만이 급하게 볼을 잡아 2루로 던졌지만 이대형의 발이 먼저 베이스에 닿은 뒤였다. 결국 이대형의 정확성, 과감성, 스피드가 어우러져 '유격수 앞 2루타'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이날 박종훈 LG 감독도 "번트 2루타는 난생 처음 보는 장면"이라고 이대형을 칭찬했지만 이대형은 오히려 "전준호(미국 샌디에이고 연수 중) 선배님이 몇번 그런 식으로 2루까지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겸손해 했다.
이대형에 따르면 '유격수 앞 2루타'는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좌타자 이대형이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3루수와 1루수는 기습번트에 대비하기 위해 전진수비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루수는 1루수가 전진 수비로 비운 자리를 커버하기 위해 1루 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상대 수비 움직임의 틈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이대형은 "3루 쪽으로 번트를 조금 강하게 대되 한두발 정도 유격수 옆쪽으로 대면 볼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단 볼이 빠지면 누가 먼저 2루에 도착하느냐가 달리기 경주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대형은 "볼이 빠지면 유격수가 그 볼을 잡아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늦으면 내가 유리하다. 더구나 2루수와 2루 베이스까지 경합을 해야 하는 만큼 2루까지 뛰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5개의 도루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는 이대형은 4년 연속 60도루에 도전하고 있는 것은 물론 5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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