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국민의례 때 인상 쓰는 이유는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08.04 07: 01

[OSEN=인천, 고유라 인턴기자] "내가 왜 경기 전 애국가 나올 때 표정이 안좋은지 아나?".
김성근(69) SK 와이번스 감독이 지난 2일 문학 LG전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꺼내기 전 김 감독은 포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이 직접 묻고 대답한 이유는 바로 "전광판 위 태극기가 걸린 봉 끝부분을 집중해서 바라보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봉 끝을 바라본다"며 "그러다 보면 표정이 인상 쓰는 것 같이 이상해진다"고 우스갯소리를 덧붙였다.

김 감독이 멀리 있는 것도 잘 볼 수 있도록 예전부터 훈련해온 이유는 상대 팀 사인을 잘 훔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OB 1루 코치 시절 1루에 서서 포수의 사인을 읽기 위해 포수의 팔 근육을 바라봤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손가락을 접었다 펼 때 손가락마다 사용하는 팔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팔 근육의 움직임만 봐도 상대팀의 사인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루에서 홈플레이트까지는 27.432m. 사람의 보통 눈으로 미세한 팔 근육의 차이까지 알기는 힘든 거리다. 취재진이 무리가 아니냐고 묻자 김 감독은 "그래서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라며 "젊었을 때는 투수들이 글러브에 손을 넣는 찰나의 순간을 보고도 구종을 읽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상대팀의 작전을 읽는 '사인 훔치기'가 과연 옳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읽히는 사람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며 프로야구의 기술적 향상에 일조한 '야신'다운 답변이었다.
autumnbb@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