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대호 인턴기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동시다발적인 부상이 호랑이 군단을 집어삼켰다.
KIA 타이거즈는 4-5로 패한 3일 잠실 두산전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로 주전 2루수 안치홍이 2루 도루 과정에서 두산 2루수 오재원과 충돌한 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밀검진 결과 안치홍은 단순 근육 경직에 의한 근육통으로 밝혀졌지만 당장 경기에 출전 가능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KIA는 거기에 에이스 아퀼리노 로페즈(왼쪽 옆구리 담), 1루수 최희섭(오른쪽 엄지발가락 미세골절), 유격수 김선빈(상악골 골절), 좌익수 김상현(왼쪽 광대뼈 함몰) 등을 이미 부상으로 잃은 상태다. KIA는 전반기를 2위 삼성에 2게임차 앞선 선두로 마쳤지만 부상자가 속출하며 4일 현재 선두 자리를 삼성에 한경기 반 차이로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현재까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95경기를 치른 KIA는 경기를 가장 덜 치른 두산과 넥센(82경기)보다 무려 13경기나 더 소화했다. 비를 줄곧 피해 다녀 '샤이닝 KIA'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 KIA는 당초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것이 후반기 순위 싸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우선 KIA는 후반기 가장 적은 경기를 남겨뒀기에 잔여 일정을 치르는데 있어서 적절한 체력 안배가 가능한 것이 유리한 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띄엄띄엄 있는 잔여 일정에서 KIA는 강력한 선발 원투스리 펀치를 돌아가며 가동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장점으로 꼽혔다.
그렇지만 KIA에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셈법이 바뀌었다. 이제는 가장 적은 경기를 남겨둔 것이 KIA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선 KIA는 무더기 부상으로 주전 야수들이 전열에서 이탈하며 현재 정상적인 라인업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부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지만 KIA는 가장 적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기에 주전 선수들이 모두 복귀한다 해도 정상 전력으로 치를 수 있는 경기 수 역시 많지 않다. 시즌 막판 한 두 경기 차이로 순위가 결정 날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 차이는 KIA에 뼈아프게 다가온다.
또한 KIA는 9월 1일부터 적용되는 1군 엔트리 확장의 혜택도 가장 적게 받는다. 9월 1일이 되면 현행 팀당 1군에 26명 보유, 25명 출전 가능이던 것에서 다섯 명씩 엔트리가 늘어나 1군에 31명 보유, 30명 출전이 가능해진다. 이 시기가 되면 각 구단은 유망주나 지친 1군 선수들을 백업해 줄 선수들을 2군에서 올려 좀 더 여유 있는 선수단 운영을 한다.
지난해까지 각 구단은 9월 1일 시점에서 잔여 경기 수 차이가 적었기에 논란의 여지가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금 추세대로 이번 달 31일까지 모든 경기가 치러졌다고 가정했을 때 KIA는 1군 엔트리 확대 후 잔여경기가 14경기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가장 많은 경기가 연기된 두산과 넥센은 같은 시점에서 KIA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27경기를 확장된 엔트리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KIA 조범현(51) 감독은 3일 경기를 앞두고 “잔여 경기 수에 따라 1군 엔트리 확장 시점을 차등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지쳐있는 KIA에 엔트리 확장은 ‘영양제 링거 주사’와 같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혜택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시한 것이다.
3일 경기가 열리기 3시간 전부터 잠실구장에는 강한 빗줄기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조 감독은 취재진에게 “어차피 취소될 테니 식사들 하세요”라고 말하며 하루 정도 쉬어가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조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경기 시작 두 시간 전 비는 그쳤고 결국 6시 30분 정해진 시간에 경기가 치러졌다. 결국 KIA는 경기에서 패했고 주전 2루수 안치홍까지 부상으로 잃을 뻔했다. 이래저래 조 감독의 시름이 깊어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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