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1150이닝' 류현진, 내년이 더 중요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04 07: 03

"팀에게나 개인에게나 내년이 더 중요하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 시즌 두 번째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더 심각하다. 더 이상 1군과 동행하지 않고 재활군에 내려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류현진이 아예 재활군으로 내려간 건 지난 2009년 8월7일 이후 두 번째. 그때에는 12일이 지난 후 1군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1군 복귀를 장담할 수 없다. 한대화 감독은 "시즌 아웃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1군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 상태가 어떻길래

부상 부위는 왼쪽 등 견갑골이다. 지난 6월28일 문학 SK전 도중 왼쪽 등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단순함 담 증세로 보였지만 알고 보니 견갑골 통증이었다. 어깨 뒤쪽의 넓적한 삼각형 모양인데 이 부분이 조금 벌어져 있는 바람에 통증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첫 통증을 일으킨 이후 16일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휴식을 취하고 한 달 넘게 선발진에서 빠져 충분한 회복기간을 가졌다. 지난달 30~31일 대전 SK전에서 류현진은 연이틀 던지고 난 뒤에는 "이제 더 이상 아픈데는 없다.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대전 롯데전 도중 견갑골 통증이 재발했다. 한대화 감독은 "7회 첫 타자 손아섭을 상대할 때에는 이상없었다. 하지만 8회 이대호 타석 때부터 이상하더라. 결국 포수 신경현한테 물었고 교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밤 류현진은 "통증이 있다"고 실토했고,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류현진은 지난달 30일 대전 SK전에서 최고 146km 직구를 던졌다. 이튿날에도 복귀 후 가장 많은 1이닝에 19개 공을 던지며 직구 최고 구속 145km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이날부터 조심스럽게 던지는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2일 경기에서 류현진을 상대한 롯데 홍성흔은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직구가 별로였다. 힘이 떨어졌다는 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평소 류현진은 크게 아프지 않는 건 참고 넘어가는 성격이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자신의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1군에 있는 게 팀에게나 개인에게나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 감독은 "다른 선수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어디가 왜 아픈가
올 시즌 전까지 류현진은 지난 2008년 6월, 2009년 8월, 2010년 9월 3차례 부상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008년에는 팔꿈치 인대에 염증이 발견돼 열흘간 1군 엔트리에서 빠졌고, 2009년에는 왼쪽 팔 삼두박근 통증으로 말소됐다. 지난해에는 팔꿈치에 묵직함을 느낀 뒤 시즌을 접었다. 류현진은 동산고 2학년 시절이었던 지난 2005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다. 그래서 그의 팔꿈치는 언제나 보호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팔꿈치 또는 팔이 아닌 어깨라는 생소한 부위라는 것이 문제다. 류현진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부위의 통증이기 때문에 섣불리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대화 감독은 "완전히 어깨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깨가 아프면 본인에게도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나"라고 걱정했다. 그렇다면 견갑골에 왜 통증을 일으킨 것일까. 한 감독은 "매해 190이닝 던지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입단후 6년간 류현진이 페넌트레이스에서 소화한 투구이닝만 해도 1064이닝. 같은 기간 동안 류현진 다음으로 많이 던진 투수가 롯데 장원준인데 투구이닝은 915이닝으로 류현진에 100이닝 이상 넘게 모자라다. 게다가 포스트시즌(34⅓이닝)과 국제대회(51⅔이닝)까지 더하면 무려 1150이닝이나 된다. 쉴 새 없이 던지고 또 던졌다. 연평균으로 치면 191.6이닝. 이제는 한 번쯤 몸이 지칠 때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 내년이 더 중요하다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의 복귀 여부에 대해 "지금 당장은 이렇다 저렇다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시즌 아웃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감독은 "9월 이후 복귀가 가능하다면 그때는 접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복귀하더라도 당장 선발로 던지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는 불펜으로 던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실상 올해 선발로서 류현진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또 다시 부상이 재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여태껏 부상 회복 기간이 너무 길었다. 한 달이 넘지 않았나"라며 더 이상 그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결국 내년을 생각하는 것이다. 한 감독은 "지금 당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내년도 생각해야 한다. 류현진 본인 입장에선 내년이 진짜 중요하다. 물론 올 시즌도 포기할 수 없지만 우리팀이나 현진이 개인적으로나 내년이야말로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김태균의 복귀가 유력시되는 내년 시즌이 승부를 걸어야 한다. 류현진 개인적으로도 내년 시즌을 마치면 구단 동의아래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된다. 올해보다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해외진출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올해 괜히 무리하다 일을 그르치는 것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는 없다. 내년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몸 상태 회복이 최우선이다. 괴물도 이제는 휴식이 필요하다. 2007년 풀타임 선발이 된 후 지난해 가장 적은 투구이닝(101)을 던진 KIA 윤석민은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휴식만큼 좋은 보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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