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가 없어도 똘똘 뭉치자".
지난 3일 대전구장. 훈련 중 한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둥근 원을 그리고 한자리에 모였다. 한대화 감독이 선수단을 모아놓고 일장연설한 것이다. 지난 2일 대전 롯데전에서 류현진과 데니 바티스타라는 최고의 필승 카드를 투입하고도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류현진마저 이날 경기 중 왼쪽 등 견갑골 통증이 악화되며 시즌 두 번째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번에는 1군에 동행하지 않고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에이스의 전열 이탈은 초비상 사태를 의미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한대화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 놓고 정신력을 강조했다. 사실 한화가 지난 5~6월에 잘 나갈 수 있었던 건 객관적인 전력이상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러나 7월 이후 6승11패로 고전하고 있다. 선발투수들은 5~6월 만큼 활기찬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타선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이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4위 롯데와 격차는 7경기로 벌어졌다. 내심 4강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한화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

이에 한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한 감독은 "요즘 선수들의 목표의식이 많이 떨어진 듯하다. 5·~6월에는 상대팀들을 괴롭히며 달라붙었는데 지금은 또 도망가려고 한다. 투수와 타자 가릴것 없이 마운드와 타석에서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그런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이스가 없어도 한 번 똘똘 뭉쳐서 해보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에이스이 공백으로 심각한 치명상을 입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뭉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한 감독은 "아직 4강을 포기하지 않았다. 쉽지 않겠지만 해볼 때까지 해봐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 대전 롯데전에서 류현진을 깜짝 구원등판시킨 것도 결국은 4강 싸움을 위해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 감독은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경기를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류)현진이가 아프다니까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 술을 많이 마셨다"고 털어놓았다. 적어도 승부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한 감독은 "그날 패배와 현진이에 대한 아쉬움을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왔다"며 의지를 다졌다.
류현진이 빠졌지만 대안은 있다. 한 감독은 "마일영과 유창식을 선발진에 넣을 것이다. 요즘 선발로 계속 좋지 않았던 장민제는 당분간 불펜에서 대기한다"며 마운드 보직 개편을 밝혔다. 이어 "마일영과 유창식 모두 줄곧 불펜으로 던졌기 때문에 길게 던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느 대안이 없다. 마일영은 선발 경험이 많고, 유창식의 구위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볼 것"이라며 새로운 선발들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이들이 해야 승부가 가능하다.
객관적으로 한화의 4강 진출은 쉽지 않아졌다. 7위 한화는 4위 롯데와 격차가 무려 7경기. 통상적으로 한 달간 3경기를 좁히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남은 시즌이 두 달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한화는 성적을 떠나 끈질긴 면모를 보여왔다. 4강이라는 목표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한 감독은 "마지막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힘줘 말했다. 선수들의 목표의식을 강조하고 4강을 언급한 것도 결국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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