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일만의 단독 4위 등극이다.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이 우천 연기된 롯데 양승호 감독은 호텔 숙소에서 문학 SK-LG전을 TV 중계로 지켜봤다. 아무래도 순위 싸움의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팀들이기 때문에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3위 SK는 이호준의 역전 끝내기 투런 홈런에 힘입어 공동 4위 LG를 5-4로 꺾었다. 이날 경기가 연기된 롯데는 43승42패3무를 유지, 43승43패가 된 LG를 반경기차로 밀어내고 단독 4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 4월21일 4승10패2무로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롯데는 4월 한 달간 7승14패2무로 7위에 그쳤다. 하지만 5월 8개 구단 중 가장 좋은 14승7패1무라는 호성적을 올렸다. 특히 5월21일에는 18승19패2무로 단독 4위 자리까지 올랐다. 그때 5위가 놀랍게도 지금 2위에 올라있는 KIA. 이후 5월22일부터 6월23일까지 5위 자리를 유지한 롯데는 6월28일부터 6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7월에 가장 좋은 13승6패로 대반전을 연출했다.

7월의 마지막 날 4연승을 거두며 LG와 공동 4위 자리를 양분한 롯데는 올 시즌 최다 5연승을 질주하며 LG까지 떨어뜨리고 단독 4위 자리까지 꿰찼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시권으로 들어온 상태. LG가 트레이드로 전력 보강에 성공했지만 롯데는 그보다 더 단단한 결속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주장 홍성흔을 중심으로 전체 선수단이 똘똘 뭉쳐있는 상황. 오히려 지금 쫓기는 쪽은 롯데가 아니라 LG가 된 것이다. 양승호 감독도 이럴 때일수록 더 욕심을 내지 않는다.
양 감독은 74일만의 단독 4위 등극에 대해 "큰 의미없다. 지금 우리팀이 LG나 SK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우리 플레이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마음 편하게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지금 최고조의 상태에 올라있지만 욕심을 내기보다 현재 페이스 유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 4개월간 숱한 고비를 겪으며 얻은 깨달음이다.
양 감독은 "4월에 크게 부진했고, 6월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7월에 선수들이 기대이상으로 훨씬 잘해줬다. 부담감을 벗어던지니 결과가 더 좋게 나오고 있다"고 반색했다. 7월부터 선발진이 살아나고, 타선의 집중력이 좋아졌다. 7월 시작 전만 하더라도 4위 LG에 6경기차나 뒤졌으나 불과 한달새 다 따라잡았다. 양승호 감독도 계산하지 못한 기대이상 성과. 욕심을 내기보다 정석으로 밀어붙인 것이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감독부터 선수단까지 심적부담을 벗어던지고 편하게 한 결과다.
양 감독은 "LG가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했지만 거기에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끼지 더 뭉치면 된다"며 "8월에는 5할 승률을 목표로 하고 싶다. 무리수 두지 않고 할 것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장 홍성흔도 감독의 바람을 알았는지 "LG가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말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얼마나 실수를 줄이고 팀플레이를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감독도 "선수들이 야구를 더 잘 안다"며 반색이다. 롯데가 점점 4강 후보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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