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롯데 하위 타선이 더 무섭다".
롯데가 단독 4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5월21일 이후 무려 74일 만에 단독 4위가 된 것이다. 롯데는 7월 이후로만 추리면 14승6패로 8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라이언 사도스키-장원준-송승준-고원준을 중심으로 잘 돌아가는 선발 로테이션과 김사율이 분전하고 있는 불펜의 안정 그리고 7월 이후 경기당 평균 5.7득점을 올리고 있는 타선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양승호 감독은 "결국 관건은 투수력이지만 롯데라는 팀ㄴ은 타선이 터질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특히 하위 타선에서 기대이상으로 터지고 있는 게 양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고 있다. 양 감독은 "요즘에는 하위 타선에서 맹타를 휘두른 덕분에 팀이 잘 돌아가는 것이다. 이전에는 상위 타선에서만 터졌는데 이제는 하위 타선부터 공격이 시작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 중심에 바로 유격수 문규현(28)이 있다. 수비형 내야수로 타격에서 꾸준함을 보이지 못했던 문규현이지만 7월 이후 20경기에서 55타수 22안타로 정확히 4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1홈런 10타점은 덤. 양 감독은 "7월초에 이대호가 좋지 않았는데 문규현이 의외로 잘 메워졌다. 9번타자가 4할에 10타점이면 말다한 것 아닌가. 7월에는 거의 4번타자나 다름없었다"며 그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규현뿐만이 아니다. 7번타자로 고정된 '정신적 지주' 조성환(35)도 하위 타순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2일 사직 한화전에서부터 시력교정용 안경을 쓰고 들어선 이후 5경기에서 2안타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주춤하고 있지만 시즌 초반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났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결승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기도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황재균(24)도 빼놓을 수 없다. 6월까지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다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전열에서 이탈했던 황재균은 최근 5경기에서 18타수 6안타 타율 3할3푼3리 1홈런 5타점으로 타격감을 바짝 끌어올린 상태.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개인 통산 2호째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다. 하위 타선에서 대포까지 터지니 상대팀으로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양승호 감독은 "방망이는 전적으로 믿을게 못 되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5점 정도는 뽑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서고 있다. 하위 타선에 있는 타자들이 잘 치니까 타선이 알아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전준우-김주찬의 테이블 세터와 손아섭-이대호-홍성흔-강민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쿼텟 그리고 조성환-황재균-문규현의 막강 하위 타선 트리오까지. 상중하위 타선 가릴 것 없이 쉬어갈 곳이 없는 지뢰밭 타선을 구축했다. 4강 싸움을 벌이는 롯데의 확실한 창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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