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범호야, 너 유격수 되겠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8.04 17: 28

[OSEN=잠실, 이대호 인턴기자] "아예 여섯 명으로 야구 하지 뭐".
엎친데 덮친 격이다. KIA 유격수 이현곤(31)까지 4일 경기 출전이 힘들게 됐다.
4일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원정 덕아웃에서 KIA 조범현(51) 감독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속출하는 부상 전력때문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경기 중 허리 부상을 입은 안치홍의 출전 여부를 묻자 조 감독은 "안치홍 뿐만 아니라 이현곤까지 빼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전 유격수 김선빈의 부상 이탈이후 휴식 없이 출전해 온 이현곤이 허리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아예 한 여섯 명으로 야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씁쓸하게 입을 뗀 조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중인 그라운드로 눈길을 돌렸다. 이때 조 감독은 그라운드 바로 앞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던 3루수 이범호에게 "범호야, 너 숏스톱(유격수) 되냐"라고 불쑥 물었다. 유격수 가용자원이 전혀 남아있지 않자 유격수 출신인 이범호를 투입하려는 생각에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러자 이범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만능입니다"라고 답하더니 "유격수 골든 글러브 출신입니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자신만만해 하는 이범호를 바라보며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허허 웃었다.
결국 조 감독은 이날 경기의 선발 유격수 자리에 이범호를 채워 넣고 대신 3루에 박기남을 투입했다. 조 감독은 힘이 빠진다는 듯 웃더니 "머리가 어질하다"며 평소보다 일찍 덕아웃을 떠났다. '부상병동 병원장'이 되어버린 조 감독의 불가피한 '파격'라인업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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