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첫 안타보다도 이기는 경기에 포수로서 함께 해서 기쁘다".
SK 와이번스 포수 허웅(28)이 10년 동안 꿈꿔온 곳에서 그 첫 날개를 폈다. 허웅은 4일 문학 LG 트윈스전에서 1군 데뷔 후 첫 선발 출장하는 기쁨을 누린 데 이어 첫 안타와 첫 타점까지 뽑아냈다.

허웅은 팀내 주전 포수 정상호가 전날(3일) 경기 도중 오른 중지에 타박상을 입어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면서 지난달 29일 1군에 등록된 후 처음으로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다. 1군 등록 당일과 3일 교체 출장한 적은 있지만 선발 출장은 2002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뒤 처음이었다.
이날 9번타자 포수로 출장한 허웅은 앞 타석에서 우익수 파울 플라이, 2루수 플라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네 번째 타석. 8회 무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허웅은 타구를 중견수 앞에 살짝 떨어뜨리며 1군 데뷔 첫 안타를 일궈냈다. 이때 2루주자 최윤석이 홈을 밟으면서 허웅은 데뷔 첫 타점까지 올렸다.
허웅은 한국에서의 등판이 세 번째인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고든(33)과 처음 호흡을 맞추면서도 5회까지 퍼펙트로 LG 타자들을 잠재우는 등 탁월한 포수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2년 현대에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지명된 허웅은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006 시즌 뒤 방출됐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간 허웅은 지난해 신고선수로 SK와 계약을 맺고 2군에서 훈련해왔다.
방출 후 호프집 영업, 일본 독립리그 생활 등 산전수전을 겪으면서도 야구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다 다시 야구계로 돌아온 허웅은 오래 기다린 보람 끝에 이날 단 열매를 맛봤다. 주전포수 박경완의 수술, 정상호의 부상으로 포수 기근에 빠진 팀에게도 백업 포수의 등장은 든든한 희소식이다.
4일 경기 후 허웅은 "기본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한다는데 초점을 두고 팀 동료들을 믿고 경기에 임했다"며 "첫 안타, 첫 타점보다는 팀이 이기는 경기를 포수로서 함께 했다는 게 영광"이라고 1군 데뷔 첫 선발 출장의 소감을 밝혔다.
이어 허웅은 "좋은 기회를 꼭 부여잡고 놓치고 싶지 않다"며 팀내 포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어진 찬스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올해 초 백업 포수 이재원(23)이 상무에 입대한 뒤 김성근 감독은 박경완의 부상 등의 비상 상황에 따른 백업 포수 찾기에 골몰해왔다. 그리고 우려가 현실이 된 지금 상황에서 허웅이 선발 포수로 안착하며 팀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지, '인간 승리' 허웅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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