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지난 2일 대전구장. 8회초 롯데 4번 타자 이대호(29)가 한화 에이스 류현진(24)과 승부를 벌였다. 3-3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시점에서 마주한 최고투수와 타자. 그런데 류현진이 이상했다. 7회 손아섭을 상대할 때 최고 145km 직구를 던졌던 류현진은 그러나 이대호를 상대로 직구를 하나밖에 던지지 않았고 그마저도 136km에 그쳤다. 이대호는 류현진의 5구째를 서클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중간 안타를 만들었다.
류현진은 홍성흔에게도 좀처럼 제 공을 뿌리지 못하며 중전 안타를 맞았다. 강민호를 상대로 볼 2개를 던진 뒤 결국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롯데는 8회에만 대거 6득점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롯데는 양승호 감독 부임 후 최다 5연승을 질주했지만 류현지은 7패째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리고 그날밤 류현진은 다시 한 번 왼쪽 등 견갑골 통증을 호소하며 1군 엔트리 제외가 결정됐다. 이번에는 1군 동행이 아닌 재활군행.

이튿날 경기장에 나온 이대호는 평소 익숙했던 류현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한화와 경기 전마다 항상 인사를 하고 장난을 치던 뚱뚱한 동생이 없어졌다. 뭔가 허전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미 류현진은 1군에 없었다. 그라운드에서 류현진과 수없이 상대하며 홈런과 삼진을 주고받았지만, 수많은 국제대회를 함께 하며 쌓아온 뜨거운 정이 있었다. 승부의 순간을 떠나면 둘도 없는 형동생이기 때문에 이대호의 마음도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는 "그날 현진이 공이 뭔가 좋지 않아 보였다"며 "나도 괜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직 따로 전화통화는 하지 못했다. 현진이가 아프다니까 나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현진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던졌나. 이번 기회에 잘 쉬면서 확실하게 나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승부를 떠나 절친한 동생의 부상에 형의 마음도 찢어졌다. 형으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힘내라"는 것 뿐이었다. 동생에게 뭔가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답답하다.
이대호와 류현진은 지난 2006년 MVP 경쟁을 벌이며 한국프로야구 투타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해 나란히 투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한솥밥을 먹었다. 이어 200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008년 올림픽 최종예선 및 본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무려 6개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뛰었다. 좌절의 순간과 영광의 순간을 오가며 함께 울고 웃었다. 누구보다도 덩치 큰 동생의 고생을 잘 아는 형은 마음 한구석 어딘가가 허전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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