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한다고들 했지만 벌써 타율이 3할이잖아".
지난 4일 대전구장. 한화와 원정경기를 앞둔 롯데 양승호 감독은 '주장' 홍성흔(35)에 대해 "시즌 초반에 얼마나 못한다고들 그랬나. 그런데 지금 벌써 타율이 3할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홍성흔의 시즌 타율은 3할1리. 5월까지 45경기에서 타율 2할7푼4리에 그쳤지만 6월 한 달간 22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를 기록했다. 그리고 7월 19경기에서 3할3푼9리로 정점을 찍었다. 시즌 타율은 거짓말처럼 3할에 도달했다.
4일 경기에서도 홍성흔의 방망이는 불뿜었다. 5타수 4안타 4타점. 1회 우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5회 우전 적시타와 7회 중전 적시타에 9회 좌전 안타까지 부챗골 타법으로 타구를 날려보냈다. 이날 경기를 마친 후 타율은 무려 3할9리까지 상승했다. 어느덧 타격랭킹 전체 9위에 해당하는 고타율. 올라갈 타율은 올라간다는 사실이 홍성흔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명불허전인 것이다.

홍성흔은 "연습 중에는 100% 힘으로 하지만 실전 경기에서는 오히려 70% 힘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힘을 빼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는 "김무관 타격코치님께서 힘으로만 치지 말라고 하셨다. 힘을 빼고 밀어친다는 생각으로 타격에 임하라고 주문한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컨택이 잘 되고 있고 우익수 방면으로 타구가 많이 가는 듯하다. 타격 밸런스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양승호 감독도 "홍성흔이 요즘 우중간으로 타구를 많이 보내고 있다. 지난해보다 장타력은 떨어졌지만 타점만 많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그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홍성흔은 6월 이후 43경기에서 24타점을 올리고 있다. 데뷔 후 최다 116타점을 몰아친 지난해와 비교하기에는 많이 모자라지만 올해 득점권에서 81타수 25안타 타율 3할9리로 찬스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기대되는 사실은 점점 더 그의 페이스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홍성흔의 역할은 비단 그라운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그는 "요즘 SNS 금지령 이야기 때문에 LG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홍성흔은 "후배들에게 트위터나 싸이월드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선수는 경기에 집중해야지 그런 불평을 늘어놓기 쉬운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은 자칫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튿날 LG 투수 이범준의 트위터 논란이 불거져 홍성흔이 오해를 산 것이다.
홍성흔은 "절대 LG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일이 터지기 전에 내가 먼저 말한 것이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다"며 오해를 풀고 싶어했다. 비록 작은 해프닝이지만 홍성흔이라는 주장이 확실하게 분위기를 잡고 있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양승호 감독도 "홍성흔이 스프링캠프 기간에 이대호를 휘어잡더라. 롯데라는 팀이 잘 되어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주장' 홍성흔의 리더십이 중요한 순간 롯데의 보이지 않는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정한 거인의 심장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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